<에이투지>, "D"
D는 누굴까. 사실 나도 모른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날, 나는 D의 이름을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통해 처음 접했다. 문과였던 나는 주로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며 이과 친구들과 어울렸는데, 이과인 D를 모르는 걸로 보아 아마 그는 축구를 하는 친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D는 어머니께 부탁해 피자를 시켜먹고, TV를 조금 보다가 집을 나섰다고한다. 그리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졌다.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직까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입시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그렇게 추측할 뿐이었다. 아무튼 학교는 난리가 났다.
"뒤질때 뒤지더라도 피자는 먹고 뒤지네 참" 반 아이들의 말소리가 아직도 귓바퀴를 원령처럼 맴돈다. "공부 잘 못해서 죽었나보다. 이과에서 잘하는 애였음 이름은 들어봤겠지", "죽은 애? 몰라 그런 듣보잡" 아이들은 TV에서나 보던 자살 사건에 살짝 들떠 있었다. 동시에 매우 냉혹한 말들을 죽어 없어진 과녁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슬펐다. D는 왜 생을 마감하기 전에 피자가 먹고 싶었을까. TV 프로그램을 볼때 심정은 어땠을까. 왜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왜 아이들은 D의 싸늘한 주검 위에 혀로 대못을 박아댈까. 자리에 없어서일까. 옆에 앉아있던 학우가 화장실에 가면 그를 뒤에서 씹는 것처럼, 망자도 단지 그 뿐인 존재일까.
"뒤질때 뒤지더라도 피자는 먹고 뒤지네 참"
아직도 낄낄거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