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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훈 Dec 28. 2021

2020.03.21. 대부에서 남양까지

종자기(鍾子期)

이른바 31번 환자 쇼크로 불리는 코로나 대확산 이후 한달이 흐른 날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같은 고향, 같은 지역에서 함께 학생 시절 학생운동 언저리 비주류로 있었던 연으로 이어지는 친구들이 있다. 서로 문화적 코드, 사회적인 고민, 취향 등이 서로 많이 닮고 잘 맞어 이 특이한 조합으로 이어져온 지음들과 사실상의 수용소 상태를 탈출해봤다.


시화방조제가 시작하는 지점의 대부도부터 제부도의 입구인 전곡항을 거쳐 남양방조제가 시작하는 궁평항까지, 오후 내내 그렇게 남쪽으로 남쪽으로 화성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갔다. 해안이 텅 비어있을거란 우리의 예상은 이미 시화호 경계에서 와장창 무너졌다. 차량의 행렬들이 화성과 안산의 연안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다들 비슷하게 힘들고 비슷하게 지쳤구나"


누군가에겐 자기격리와 확산제약의 전략을 방해하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한 인간으로 온전히 이 세월을 견디기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었고 그런 만남이었고, 그런 자리였다. 그렇게 떠들고 그렇게 노래하고 그렇게 먹고 그렇게 마시고 그렇게 아쉬워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어느순간 부터 서로를 우리는 지음이라고 부른다. 춘추시대 거문고를 켜던 백아(伯牙)의 연주를 듣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던 종자기(鍾子期)의 이 고사에서 종자기가 있었기에 백아의 연주는 신명날수 있었고 결국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의 음을 들려줄 이가 세상에 없다하여 금의 현을 끊었다 한다.


이른바 대연결 사회...혹은 대 인맥 사회에서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연결되어 있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그 가운데 내 연주의 면목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고 궁금해하는 동지를, 지음을 찾는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서로의 맥락이 맞아야 하고, 사람이 맞아야 하고, 쌓인 시간 이상의 것들이 필요하다.


이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귀여운 이 사람들, 부디 건강하자.



20.03.21.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해변

Minolta X700 50.4 Kodak200



20.03.21. 화성 전곡항.

Minolta X700 Exakta 28~200mm 3.5-5.6 Macro 1:4. Kodak200



20.03.21. 화성 궁평항

Minolta X700 Exakta 28~200mm 3.5-5.6 Macro 1:4. Kodak200


#지음 #知音 #필름 #필름카메라 #여행 #화성 #대부도 #제부도 #궁평항 #전곡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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