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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 화가 Yisemoon Oct 06. 2017

바다 고양이


안녕, 인간.


며칠 전에 '홍차 홍차 고양이'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인간 세계의 인간들이 우리에 대해서 궁금해한다지?

고양이 세계에 대한 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아무튼, 나도 예전에 함께 살았던 나의 인간들이 생각나서 이 일에 동참하기로 했어.

이 편지가 나의 인간들에게도 닿기를 바래.


..


나는 바다 고양이야.

큰 배를 타고 고양이 세계 곳곳을 항해하고 있어.


고양이 세계에는 배를 타고 여행하는 고양이들이 무척 많고

먼 곳으로 배달해야 하는 물건들도 보통은 배로 운반해.

그래서 뱃일을 하는 고양이들이 제법 많지.

나도 일 년에 절반 정도는 이렇게 바다 위에서 살아.

고양이 세계의 시간은 인간 세계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 일 년이라고 표현한 거야.

아무튼, 항해 중에는 꽤 여유로운 편이어서 햇살이 좋은 날이면

갑판에 나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해.


나는 섬에서 태어나서 인간 세계에 가기 전까지 쭉 그 섬에서만 살았거든.

그래서 바다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

우리 마을에는 한 달에 두 번씩 들어오는 큰 배가 있었는데

그 배의 선장님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고양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해온 신기한 물건들을 어린 고양이들에게 선물해 주곤 했지.

그래서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에 나가 온종일 배를 기다렸어.

그 선장님은 하얗고 긴 수염과 풍성하고 윤기 있는 털을 가진 키가 아주 큰 검은 고양이였는데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서 나도 크면 꼭 검은 고양이가 되겠다고 결심했었지.

검은 고양이가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바다 고양이가 되었어.


..


그렇지만 배를 계속 타지는 않을 것 같아.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따라가면서 사는데, 요즘은 즐거운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말이야.

바다를 좋아해서 배를 타기 시작했는데 너무 자주 보다 보니 예전만큼 좋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아.

나를 깨어있게 하는 즐거움을 찾아봐야겠어!


그러고 보니 인간 세계의 인간들은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즐거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

고양이를 본받도록 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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