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마음속 깊이 욕망이 존재한다. 그러나 좀처럼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다. 처음에 겁도 없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던 패기는 어디로 간 건지, 에세이가 작가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인 건 진작에 알았지만 이토록 투명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먼 과거에 썼던 글을 읽으면 현기증이 올라온다. 문장의 완성도는 그렇다 쳐도, 이걸 대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글과 전혀 거리를 두지 못한 내가 알아차릴 정도면, 다른 이들에게는 더 강하게 와 닿았을 것이다.
그동안 뭐에 씐 것처럼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솔직히 이년이 지난 지금까지 쓰고 있을지 몰랐다. 금방 생각이 정리되고 입장 정리가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아니, 정말 대놓고 말이 많은 사람이다. 제발 이거라도 좀 보고 정신 차리라고. 언젠가 미래의 내가 제정신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썼다. 그렇게 꾸준히 브런치에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해진 현재에 이르러서야 내가 그동안 수십 개의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사랑이 필요 없다는 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거짓말이었다. 무엇이 그리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지, 새벽녘이 될 때까지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이 잦았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때의 아찔한 감정들이 멀게 느껴진다. 드디어 정신적 나이가 신체적 나이를 따라잡고 있다는 감각이 섰다. 이런 일이 내게 찾아올 줄이야.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거짓말하는 시기는 벗어난 것 같다. 겨우 어느 정도의 입장 정리가 완성됐다.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 그리고 내게 어떤 사람이 필요한 지도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찾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사실 평생 마주치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또 다른 방어기제 속에서 내가 다시 거짓말을 하진 않을지 심히 경계하는 중이다. 사실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그냥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게 아닌데 그냥 그렇게 말했다. 언젠가 꼭 등단을 하고 싶고, 더 많은 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지금도 과분하지만 한 번씩 울컥하고 욕심이 올라온다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 노력 중이지만, 한 번씩 내 주제가 너무 하찮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고,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언젠가 브런치에 글을 적는 일까지 그만두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그런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마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하고 싶으니까.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