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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14. 2021

이번 생은 처음이라

과거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는 일

오랫동안 내가 과거 속에 갇혀 힘들었던 이유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간관계, 특히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오류는 누굴 만나든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나는 근본적으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오래도록 집착했다. 십여 년 간 고질적으로 앓아온 결핍을 똑바로 직시하며 내 힘으로, 나를, 나 자신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노력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그와 같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건 내게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러한 고통이 옳다는 신념에 계속 갇혀있었다. 나는 나 자신이 남들보다 결함이 많다는 신념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했 거기에 매몰되어 있기를 고집하고 마음 깊이 바랐다. 과거를 향하면서 끝없이 나의 내면으로 항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최근까지도 크게 확신했다. 가장 깊은 내면에서 흘러나온 나의 개인사, 감정의 세계, 가족, 과거의 사건들, 사랑에 대한 탐구를 엮어 이야기를 창조하는 또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큰 즐거움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거울을 갖고 있었다. 어떤 감정과 상황에 대한 표현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을 즐기지 못했다. 깊은 통찰이 행복까지 가져다주진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내가 얻은 거울로 타인을 대하는 일, 가까운 사람들의 행복과 결핍을 쓰다듬는 일은 괜찮은 일로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묻혀있는 나를 현실로 끌어내 주진 못했다.


나는 내가 가진 거울로는 어떤 경로를 통하든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명제를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겨우 깨달았다. 조금 이상하게 여겨지지만 나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데 무의식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과거를 탐험하는 일은 신비로운 일이었지만 과거에서 마주친 나는 단 한 번도 현재의 나에게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라고 말해준 적이 없었다.


나는 가혹한 여신의 손을 이제 놓아주려고 한다. 단 한 번도 내게 용서를 베풀어준 적이 없었던 그녀를 떠나 현재의 나와 마주하기로 한다.


너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리고 네게 잘못된 것이 없다면 누군가가 너를 구제해 주어야 할 필요도 없다.


나를 용서한다. 과거의 모자랐던 나, 그리고 앞으로도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될 나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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