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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23. 2022

신이시여 저에게 세이브 원고를

소설가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웹툰 웹소설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피를 벗어난 재작년부터였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리면서 카카오와 네이버라는 대형 플레이어를 선두로 하여 많은 플랫폼의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플랫폼의 파이가 커지는 상황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확 수 있다.


이에 반해 거의 이십 년부터 존재했던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심한 콘텐츠 경쟁 가운데 노블레스라는 유료 서비스를 여전히 활용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아라의 대다수의 유저들은 무료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누구나 글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일정 기간의 신청을 통해 작가가 될 수 있는 브런치와 달리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십 년 전에는 조아라 이외에 웹소설 플랫폼이라고 할만한 게 전무했다. 도서관에는 재미있는 책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나 같은 사람들이 다 대안을 찾 것이다. 그러나 조아라 플랫폼은 UI가 정말 불편했다. 무료 서비스인 것을 감안해도 그랬다. PC 화면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 보는 자의 여백과 간격 또한 들쑥날쑥했다. 콘텐츠 자체에 그래픽이 거의 없고 '이전' 혹은 '다음', '목록보기'처럼 간단한 기능로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에는 사이트에 로딩이 자주 걸렸다. 서버 확충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보였다. 플랫폼에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조아라의 서버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형편없는 UI에도 불구하고 조아라에겐 엄청난 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이 이름 없는 신인 작가들이다. 이십 년 간 수많은 작가들이 조아라를 거쳐갔다. 현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들이다. 지금은 신인 작가들이 우선 조아라에서 십여 편을 연재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다음, 카카오 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로 연재처를 옮겨가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고 들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십 대 시절 조아라에서 몇 번 연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자칭 조아라의 연재 작가였다. 그냥 내키는 대로 내가 보고 싶은 글을 썼다. 독자의 반응이 제일 궁금했다.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조아라 투데이 베스트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작품이 재밌어야 하겠지만 조금의 요령이 필요했다. 일단 업로드 시간은 자정 무렵이 유리하고, 열 편을 연달아 올려야 독자의 반응을 얻기가 쉬웠다.


것도 모르고 한 두 편 정도를 엉뚱한 때에 올려놓고 독자의 반응을 열심히 살폈다. 솔직히 연달아 올릴 만큼 세이브 원고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반응을 보고 장기 연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초기 한두 편을 보고 나를 믿을 독자는 거의 없었다. 그 정도 분량으로는 댓글 한 두 개, 혹은 구독자 세명 정도가 한계였다. (인기작은 구독자 만 명회마다 댓글 몇십 개가 달린다.) 지금 생각하면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님이 보살이었다. 생각보다 좋지 않은 반응에 일주일 만에 연재를 포기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내겐 아직도 판타지 소설을 연재하고 완결 짓는 것이 버킷리스트다. 등장인물을 여럿 만들고 그들이 움직일 새로운 세상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잘 돼서 유료 서비스로 넘어간다면 좋겠다.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프로모션을 받으면 좋겠다. 뷰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 웹툰화가 된다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성공의 조건은 이렇다. 독자들이 이야기의 전개가 고통스럽다, 진행이 더디다, 분량이 적다고 작가에게 화를 내게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장편 소설을 써본 적은 없지만 짧은 호흡의 소설은 써본 적이 있다. 품마다 기복이 있다. 내게 주어진 원고지 80매 속에서 긴 시간을 공들여 창조한 규칙 속에서 주인공들을 움직일 때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을 쓸 수 있었다. 의지와 시간이 필요하고 체력이 필요하다. 건강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리라 게 믿고 있다. 언젠가 독자들이 다음 편을 기다릴 만한 힘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 이야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스크롤을 계속 내리게 하는 그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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