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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Oct 02. 2021

편견과 범주화(Categorization)

속도보다 방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성찰해 보는 가치


 나의 성씨(姓氏) 명은 ‘이(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다는 김, 이, 박에 속하는 가장 흔하기에 나의 조상은 왕족(王族)의 성씨를 마음대로 선택한 천민출신?이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을 하곤 한다.  남과 다른 것을 선호하지 않던 과거에는 특이하지 않아 숨어있기 좋았는데 어느샌가 차별화된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맥없어 보이는 느낌이다.  특히 외국 방문객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성씨로 구분하는 그들의 관행에 따라 여러 명의 이 씨가 참석한 경우 자신을 설명할 때  ‘또 다른 이’라고 소개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는 오래된 전역 군인들? 은 그 제복을 입는 순간 세월을 거슬러 군 복무 시절 중 제대를 앞둔 상황으로 이동한다. 모두 다 최고참의 허세를 보이며 집단속에서 피동적으로 움직이던 ‘nobody’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인간은 일상적으로 편견 현상과 순간적으로 시각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더해 범주화를 시도한다고 한다.  매장을 방문할 때 판매원이 어디 있는지 찾을 때 특정한 제복을 입거나, 신분증을 패용한 사람을 주변에서 우선 찾는다.  특별히 그 판매원의 신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 아닌 구매자와 구별하는 수단으로 명찰 혹은 신분증 걸이를 착용하는 것 같다. 물론 해당 기업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차, 경찰관 복장 등은 그 자체만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어서 주의나 경계를 갖도록 하는 기능을 담아 대부분의 제복 혹은 유니폼은 자신들을 쉽게 범주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부분의 일상사는 이러한 범주화로 불필요한 탐색이나 반복적인 질문을 피하여 효율높은 실행 기반으로 활용된다.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탐색을 단시간에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범주화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었고, 상당기간 이런 방식을 통해 최적화라는 기법으로 활용되는 추세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초고속 컴퓨터의 등장과 통신속도의 혁신적인 개선에 따라 굳이 이런 방식의 최적화보다는 통합적으로 검색하는 방식도 유효하게 되었다.   

   

 범주화는 대부분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전제가 되는 편견에 가득 찬 오류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범주화'판단에 따라 차별감 혹은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역기능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신속한 판단을 위해 요긴하게 활용되는 순 기능이 악용되었을 때 많은 갈등과 분쟁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그동안 많이 지적되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범주화는 언급하기 조차 힘들어하는 인종, 지역, 학력(출신학교) 등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기간 단일 민족으로 이어진 상황이라 인종차별에 있어서는 큰 이슈가 없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서양문화가 급속히 도입되면서 서구의 것은 항상 옳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맹신하는 경향과 함께 그들의 인종적인 편견까지 흡수되었다.  그래서 가끔 상품을 판매하려는 외국사의 제안에 대해 여전히 인종적인 편견에 의해 입장이 역전되는 경우를 경험한다. 반면에 정당한 요청과 가치를 제안하더라도 국내업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은 분명히 편견에 의한 것이다.   가장 심각한 영역은 학력 혹은 학벌에 대한 범주화라 할 수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에 따라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사회는 대학 진학률이 지난 80년대의 35%남짓한 수준에서 84%까지 치솟다가 최근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 하지만 여전히 80%에 육박하는 수치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대학 졸업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차별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수도권 비수도권,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명문대와 비명문대, 명문대 중에서도 다시 특정하여 구분하고 있다. 이 현상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동일한 모양이다. 몇 년 전 자녀들의 입시 부정에 유력인사들이 관련되어 큰 사회문제가 된 것을 보면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오랜 직장선배인 o 씨는 가끔 나를 보면서 ‘**대 출신이잖아?’라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건넨다.  그럴 때마다 ‘그 학교 다닌 세월이 불과 4-5년이고 같은 직장을 수십 년 동안 같이 다녔는데 여전히 그렇게 분류하시나요?’라고 농을 섞어 반문하곤 한다.  출신학교에 대한 유형 분리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국회의원 후보자는 자신의 경력에 오로지 '*대학 정치 외교학과 졸업 이력?'만을 제시했다고 한다.  학력 배경 만으로도 인정하고 기대받는 상황이 여전히 유효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당연히 범주화가 무조건 기피할 현상은 아니다.  특별히 서로 다른 영역의 사례를 횡단하여 범주화를 시도하는 것을 융합적 사고라고 한다.  용어와 배경이 다를 뿐 그 원리와 해결방법이 유사한 사례를 묶어서 표현하거나 사고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예로 그동안 원유를 증류, 정제하면서 운송용 연료인 휘발유, 중유, 경유 등을 생산함과 동시에 중간산물을 이용하여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통합하여 석유화학산업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의 이슈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연료 부분은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되 나머지 영역은 화학제품, 소재 등의 원료(feedstock)로 구분하여 이를 화학소재산업으로 재편성하고 있다. 물론 탄소와의 관계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묘책일 수 있지만, 이러한 재 범주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영역 확대와 융합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빠른 판단에 활용된 범주화보다는 이제 속도에 의미를 두는 방향으로 지향해도 좋을 것 같다.  충분히 빠르고 지능화된 컴퓨터 기반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있는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속도보다 방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성찰해 보는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성(gender), 성 정체성, 정치적 망명자, 이민자 논란을 포함하여 정치적 진영논리가 거세게 이 사회를 뒤 흔들고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일 만나는 타자()들은 누군가의 아들/딸,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형/누나/동생일 터이고 사회 어딘가에 속해있는 존재이다. 섣부른 범주화로 인간의 가치를 폄하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본능적이고 습관적으로 작동되는 오래된 편견을  매 순간 되돌아봐야겠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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