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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Sep 05. 2021

역(逆) 생산성을 생각해야 하는 시간

인간과 환경의가치를  재 발견하여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한 이유


 얼마 전부터 도로교통법이 대폭 변경되어 운전을 하다 보면 제한속도 30km/h  표시판을 자주 보게 된다.  주로 노약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정된 구역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도로도 대부분 50km/h 이내로 한정되어 부쩍 속도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효율만을 고려하면 좀 더 빠르고 신속하게 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운전자에서 보행자로 관점이 바뀌는 순간, 더 안전하고 여유 있는 도로로 보인다.   길 위의 차량은 가급적 천천히 달리게 하고 도로 폭도  조금 더 좁혀놓아 많은 차량이 도로에 나오지 않게 하는 유럽 어느 나라의 정책이 기이하게 보였던 것은 생산성, 효율성의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주로 대도시 중심구역의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통행세나 주차요금을 높이는 방식도 있지만 이 같이 도로주행 자체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른바 ‘역 생산성(counterproductivity)’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  


가톨릭 사제인 이반 일리치가 제안한 역 생산성 개념은, 자동차의 평규 주행속도가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람이 걷는 평균 속도보다 약간 빠른 6km/h수준이라고 분석하였다.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안락한 차를 구입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노동력 대가, 도로를 조성을 위한 투입되는 비용도 역시 개인이 지불해야 할 세금이며, 각종 교통신호체제, 사고대응 및 환경관리 등 간접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수많은 사항을 고려하는 순간 도로 제한속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저하된다.  즉,  기술이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 하지만, 오히려 삶의 질에 역 생산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는 분석이다.


탄소 중립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거대한 전 지구적 담론으로 인해 인류가 오랫동안 누려왔던 생산성 높은 산업이 대표적으로 기후적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석탄과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를 지난 한 세기 이상 활용하여 대규모 산업발전과 현대화를 이룬 인류는, 그 과다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여러 차례의 국가 간 전쟁과 대립, 그리고 끊이지 않는 지역 분쟁 대부분의 원인이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에너지 헤게모니 주도권에 관련되었다.   화석연료에 의한  화력발전이나 철강제조, 차량연료 및 석유화학 파생 제품 등 혁신적 생산성으로 선진국들은 지난 세기말 근대화를 이루었고, 개발도상국들은 그 성장모델을 모방한 생산성 높은 투자를 기대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근년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주력 공정으로 지목되면서 한 순간 지금까지 누려온 가치가 부정되고 있다.  즉, 다른 가치 평가 축인 이산화탄소 발생원 단위(t-CO2/t-product)가 제시되면서 새로운 투자나 건설 중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퇴출되어야 할 감시 산업이 되었다.   환경적인 가치사슬 관점에서 보면 치루어야 할 대가가 생산성과 효율에서 얻는 비용편익(cost/benefit) 측면에서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석탄 사용으로 인해 환경적인 재난을 경험한 영국 런던과 뒤이은 미국 로스엔젤리스의 대규모 스모그에 의한 환경오염 사례 등은 오늘을 예견한 사례였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자국의 풍부한 석탄과 해외 수입까지 더해 단기간에 선진국이 경험했던 동일한 재난을 경험하였다.   급히 대도시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 집권력을 동원해 강제 사용을 중지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면서 점차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는 여러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 성장이 우선이 상황에서 ‘생산성’, ‘효율성’을 쉽게 포기하긴 어려워 보인다.  


 생산성은 근대화를 이룬 대표적인 가치였다.   주로 기계적인 기능에 관점을 두고 개선해온  생산성을 인간에게도 적용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환경, 노동, 그리고 안전과 같은 가치는 생산성과 효율만을 추구하던 과거에는 평가되지 않거나 낮게 인식되었다.  ‘쓸모의 관점’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동일하였던 무지를 벗어나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생산성을 희생하면서 까지 비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최근의 노력은 오래된 신념과 관성을 버려햐 하는 힘든 과정이다.  고속으로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승용차로 한 없이 느린 주행을 이어가며, 수백 년 동안 쌓아온 효율 극대화 공정을 버리고 더 힘든 길을 가기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이즈음은 ‘역 생산성’의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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