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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major) vs. 대안(aternative)

탈탄소가 주도한 일관제철소와 미니밀의 자리바꿈

by 새나라의 어른이



철강 산업은 1900년대 초, 철광석과 석탄을 기반으로 한 고로(Blast Firnace)를 중심으로 정련공정과 제품제조공정을 연속적으로 배치한 일관제철(Integrated Steel Mill)이 등장하면서 큰 변곡점을 맞았다. 이 방식은 철광석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한 번에 생산하는 것으로, 효율성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획기적인 사업모델이었다. 철광석 원료에서부터 완제품까지 한 번에 생산하므로, 효율성과 대량생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사업의 주도권은 J.P. Morgan이 쥐고 있었고, 당시 확장 중에 있던 US Steel이 최초의 수혜기업이 되었다.

미국은 5 대호(The Great Lakes)를 기반으로 한 철광석과 석탄의 운송 체계를 통해 자국의 연, 원료를 사용한 일관제철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그 결과 19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막대한 양질의 철광석을 사용하여 대량생산이 이어진 결과, 고로용으로 사용가능 한 고품위의 철광석(적철광, hematite)은 고갈되었고 강화된 환경법(EPA)과 강력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 주도권을 일본에 넘기게 되었다. 이후 미국철강업은 일본, 유럽, 한국의 선진화된 일관제철소로부터 고급철강재를 수입하게 되었고, 1900년대 초기부터 생산된 강재의 국내 누적량이 점차 증가되어 고철(scrap)을 사용하는 전기로 기반 미니밀(Mini Mill) 공정이 발달하였다. 기존의 대규모 공정에서 만든 제품과 미니밀 제품을 비교하면, 이미 한쪽으로 편향된 조건이었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저급 제품만 만든다’는 평가가 나왔다. 얼마간 미니밀은 생산 규모가 작고, 제품이 중저가위주로 제한되어 기존 대규모 공정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CO2를 다량 배출하는 화석연료기반 철강사에 제시되면서, 최소 탄소배출과 자동화·지능화 적용이 새로운 가치 기준이 되었다. 그동안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받던 미니밀은 갑자기 ‘재발견된 가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분리된 공정의 연결과 데이터의 연속성, 그리고 전기를 이용한 유도가열(Inductive Heater)이나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등 공정의 전기화(Electrification)는 친환경 전기(renewable electricity)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대규모·대량생산이 경쟁력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자동화·인공지능 기반 공정 전환이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상당량 누적된 CO₂ zero의 철스크랩을 활용하는 환경을 가진 덕분에 일관제철은 명맥만 유지한 채, 뉴코어(Nucor) 같은 미니밀 철강사가 주류가 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철강 사들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1/3 이상 줄일 수 있는 미니밀 기반 공정을 도입하거나, 추가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심플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한 미국 뉴코어사의 약진은 거대 공룡과 같던 고로기반 철강사들이 신기후변화 시대에 좌충우돌하는 와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종(Species)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급기야 2021년, 중소 철강사에 불과하던 뉴코어의 CEO가 전미 철강협회장이 된 것은, 높은 생산성과 일관형, 다품종 제품군을 자랑하던 전통적 철강사의 성공모델이 새로운 시대의 기준에서는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점을 단 한 세기도 안 돼 보여준 사례다.


일본은 자국에 제철산업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한 연원료수급상 황에서 효율성이 높은 일관제철소를 빠르게 도입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이토 히로부미가 제철소의 종합준공식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일본 철강 사는 일본본토와 제국 식민지 한반도 및 만주땅에 별도의 일관제철소를 설립, 운용하였다. 제철소는 모두 연원료 수급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세워졌고 대부분 군수용 철강생산과 본토 산업에 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하였다. 이후 일본철강산업은 미국의 5 대호의 개념을 해상 운송(Ocean-based) 방식으로 전환하여 제철용 자원이 풍부한 수 천 킬로밖의 호주 및 브라질 지역의 광산과 장기공급 계약을 성사시켜 대형선박으로 도입하는 임해제철소(Seaside Integrated Steel Works)를 창안했다. 이후 일본제철(Nippon Steel)을 중심으로 일본 철강 사는 해안선을 중심으로 제철소를 신설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사로 성장했다. 뒤이어 한국, 대만, 중국등으로 이 모델이 급속히 확산되어, 이제는 자국에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이 없어도 철강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얼마 전 일본제철이 US Steel에 대한 공개매수권 관련 소식이 발표되고 거의 구체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일관제철소는 다시 회생의 기회가 생기겠지만 미니밀 방식의 철강사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미니밀이 새로운 시대의 기준에서 일관제철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철강산업에서 CO₂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탈탄소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경적 레버리지가 중요해지면서, 고급 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에 더 이상 투자하지 못하고 방치했던 지난 50여 년의 과거를 딛고, 과거 국격을 상징하던 철강사로 부활하기 위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수치를 감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탈탄소 전환과 환경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철강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며, 일본제철과 US Steel의 합자처럼, 새로운 동맹이 산업의 주류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미니밀 방식이 일관제철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한 결론은 경계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미니밀은 새로운 기준에서 특정 부문에서는 일관제철소보다 더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미니밀 방식의 철강사가 갖는 유연성과 환경 친화성, 그리고 혁신적 공정의 잠재력은 앞으로도 계속 재평가되어야 할 가치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렇게 주류(major)와 대안(alternative)이 새로운 관점에 따라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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