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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Oct 23. 2021

직선이 곡선으로 전환되는 사회

효율과 비용 중심에서 생태적인 가치를 가진 관점 전환 


 철강(iron & steel)의 기술적 정의는  산업적으로는 탄소가 아직 많이 존재하는 것을 철(iron)로, 탄소가 미량만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강(steel)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철강에 힘을 가해 무언가 형상을 만들고 동시에 철이 갖는 강인함을 동시에 가질  있는 특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철강분야의 중요한 과제이다전통적으로 탄소를 이용한 철강 제련은 광석에 포함된 산소 원자를  떼어내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대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 화학반응식으로 보면 단순한 반응이지만  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이며 값싼 반면, 월등히 높은 생산량 탓에 절대량에서 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는 배출량을 나타낸다.  


  제련 중에 사용된 탄소는 철광석에 붙어있는 산소를 떼어내는 데 사용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과정 중에 잉여의 탄소 원자가 철 원자 사이로 빼곡히 끼어들어가게 된다.  순기능으로는 철의 녹는점이 수 백도 이상 낮아져서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제조가 가능해진다. 이 장점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순수한 금속의 특성 중 하나인 유연성의 상실이다.  즉, 철원자 사이에 탄소입자가 구석구석 빈틈을 차지하면 철강을 구부리거나 늘려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초기에는 철교(bridge)를 건설하여 사용하다가 유리처럼 깨어지는 사고를 겪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상태의 철에 거꾸로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비로소 강하고 유연한 현재의 강철(steel)을 만들 수 있었다.  어느 수준까지 구부릴 수(변형) 있는 유연성은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결과로 단순히 강함만 강조된 직선형 재료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물론 주어진 형상 틀에 부어서 만든 주물제품들은 굳이 구부려지는 특성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용도가 한정적이고 여전히 충격에는 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낮은 가치재로 사용된다. 


 직선형 재료를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빠름과 높은 생산성, 효율 지향성과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정해진 틀에 부어서 형상을 만들거나 이미 상당히 알려진 기술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은 마치 우리 사회가 선진국의 주도 체계를 빠르게 받아들여 압축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한 거대 담론과 유사하다. 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직선형 경제라고 할 수 있고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된 탄소기반 사회와 닮아 있다.  그간의 고도성장은 직선형 성장으로 목표가 정해져 있고 그 과정의 굴곡을 앞선 이들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어서 시행착오 없이 목표지점을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직선형 성장의 특징은  혁신적인 생산성, 효율성의 관점에서 성과만을 기대하다 보니 경직되고 결과에 대한 성찰에 인색했다.  뒤늦게 개발을 시작한 국가들은 이런 형태의 경제체제를 중요한 지향 모델로 삼아 빠른 추격자가 되어 도처에서 성공사례를 갖게 되었다. 이런 가속화된 산업화 동력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신흥 경제체계로 인해 과거 선진국이 이미 상당 수준 기여한? 기후변화 영향을 모두의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만들고 사용하고 소비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긴 하지만 사용 후 아무런 제재 없이 폐기된 물건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그 이후에 대해서는 특별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활용자원이 너무 쉽게 그리고 값싸게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명확하지만 마지막 지점이 모호한  직선적 경제시스템의 대안으로 생태적이고 유연성과 자연을 닮은 순환성 경제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순한 경제(circular economy)로 표현되는 자원의 재이용, 재활용에 관심을 갖는 이 체계는 직선이 곡선으로, 경직성이 유연함으로, 그리고 기계를 닮은 시스템이 인간을 위한 설계로 변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제는 시작도 알고 그 사용 중간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끝점에 다다른 자원을 다시 생태계로 되돌리는 곡선화(曲線化) 시도를 해야 할 때다. 직선으로 끝도 없이 뻗어나가는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형태든지 시작점과 끝점 사이의 관련성을 이해하여 설계하고, 때로는 과정을 연결시켜 순환체계를 위한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그 유연성은 철강재료에 투입된 수많은 기술적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던 것처럼 어느 한 개인, 조직, 기관만이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가 나누어야 할 책임이 필요하다.   마치 한 인간이 성숙하기 위해 필요한 인내, 훈련, 배려와 겸손과 나눔을 통해 동그란 형태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생태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가는 길은 고통스럽고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다 보면 충분히 가능한 우리의 새로운 지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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