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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Oct 10. 2021

겸손해야 하는 이유, 합금(alloy)에서 찾다

합금의 새로운 가치는 평균치가 아닌 집단의 최솟값보다 낮아질 때 가능하다


  금속학에서는 이종(種)의 순수 금속이 혼합된 것을 합금(alloy)라고 부른다. 이론적으로 순수한 금속 1과 순수한 또 다른 금속 2가 결합하면서 나타내는 물리적 특성은 여러 실험과 이론을 통해 대부분 예측, 재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금속 3이 추가되어 합금되면 두 개의 합금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통해 그 특성을 예측해내는데 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금속 4가 추가되면 이 특성은 개별 금속 두 개의 조합에서 얻어진 기존의 이론과 경험의 조합으로 예측이 거의 곤란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하여 도전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4개 이상의 원소가 혼합되어 있는 복잡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성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면 관련 전문가들은 농담 삼아 '함께 모여 신께 기도?  한 후' 예측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두 개 이상의 원소로  이루어진 합금의 녹는 온도(melting temperature)는 각각의  원소가 갖는 용융점보다 항상 낮은 값'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합금을 만들 때는 구성 원소중 가장 높은 온도에서 용융시켜 제조하지만 정작 합금이 되면 최종 녹는점은 각 구성 원소보다 반드시 낮아지게 된다.   합금의 가져야 하는 우월성을 녹는점의 높고 낮음으로 평가한다면 합금 행위는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합금기술이 왕성하게 개발되던 초기에는 금속의 대표 특성을 '높은 강도(strength)'로 여겨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합금의 효용성은 녹는점이 아니라 단일 금속이 갖는 특성을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성질을 발현하는 특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스테인리스 강(stainless steel)은 헨리 브리얼리(Henry Brearly)가 총의 몸통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금속 합금을 조사하는 중에 우연히 개발되었다.  그는 실험실에서 강철에 다양한 원소를 섞어 합금을 만든 뒤 주조해 기계적 강도 측정을 반복했다. 어느 날 실험실 구석에 녹슨 강철 덩어리 더미에서 무언가 빛나는 녹슬지 않은 금속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합금은 녹슬지 않는 특성은 있었지만 기대하던  강철보다 단단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 합금이 총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곧이어 이 금속이 강하지는 않지만 녹슬지 않고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용도를 바꾸어 식기와 주방의 싱크대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금속은 강해야만 한다는 편견을 넘어서 이 합금만이 갖는 녹슬지 않는 특성을 이용해 오랫동안 고급스러운 소재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스테인리스강 합금은 강철을 기반으로 크롬과 니켈이 합금원소로 구성되며 크롬(chrome)은 녹는점이 1907°C 니켈(Nickel)은 1455°C이며  철은 1538°C이지만, 합금의 용융점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대략 1400°C전후라 알려져 있다. 이 놀라운 합금이 어떻게 그 절묘한 배합비로 비교적 빨리 발견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많은 이들은 신의 선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금속산업에서는 혁신적인 산물이었다.


 나는 가끔 합금의 이러한 특성이 인간에게  공동체의 선을 위해 겸손해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고 여긴다. 우리는 개체로 존재하지만 두 사람 세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공동체로 모였을 때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위해서는 마치 합금화 되는 과정과 같이 각자의 몸을 낮춰야 융합되어 새로운 개체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향 평균화라는 개념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단순히 녹는점에 관해서만 국한된 생각이고, 합금이 의도하고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는 평균치가 아니라 집단의 최솟값보다 낮아져야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개인은 자신에 대해 독특함을 주장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특별함을 특히 강조하고 있어서 공동체를 이룰 때 더더욱 통합의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만큼 기억해야 할 것은 워린 버핏이 사용한 '난소 복권(ovarian lottery)'이라는 용어를 통해 각 개인이 가진 우월함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우월성은 우리 자신이 선택하거나 노력하지 않았지만 좋은 환경(조건)에서 태어났기에 가능했다.  자신만의  유전적, 상황적 획득 특성이 홀로 돋보일 수 없는 것은 세상의 모든 일의 결과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얻어지는 성과나 결과는 주변에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며 그러기에 겸손해야 할 이유를 합금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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