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사감상

방탄소년단 슈가 Interlude : Shadow

칼 융 MAP OF THE SOUL

by 티라미수


I wanna be a rap star
I wanna be the top
I wanna be a rockstar
I want it all mine
I wanna be rich
I wanna be the king
I wanna go win
I wanna be …

I wanna be a rap star
I wanna be the top
I wanna be a rockstar
I want it all mine
I wanna be rich
I wanna be the king
I wanna be me
I want a big thing
Oh boy let me see
I got a big dream yeah

Woo 매일 설렜지 내가 어디까지 갈지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지
Yeah 음 발밑의 그림자
고개 숙여보니 더 커졌잖아
도망쳐봤자 날 따라오는 저 빛과
비례하는 내 그림자
두려워 높게 나는 게 난 무섭지
아무도 말 안 해줬잖아
여기가 얼마나 외로운지 말야
나의 도약은 추락이 될 수 있단 걸
이제야 알겠어 때론 도망이 차선이란 걸 pause

사람들은 뭐 말하지 저 빛 속은 찬란하네
근데 내 그림자는 되려 더 커져 나를 삼켜 괴물이 돼
저 위로 위로 또 위로 위로
만 가다 보니 여긴 어지러워
더 위로 위로만 가네 싫어
나 무사하길 빌어 빌어

나의 바람대로 높게 날고 있는 순간
저 내리쬐는 빛에 더 커진 그림자
Please don’t let me shine
Don’t let me down
Don’t let me fly
이제는 두려워


가장 밑바닥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
공교롭게도 여긴 창공이잖아
Please don’t let me shine
Don’t let me down
Don’t let me fly
이제는 무서워
Don’t let me shine

I wanna be a rap star
I wanna be the top
I wanna be a rockstar
I want it all mine
I wanna be rich
I wanna be the king
I wanna go win
I wanna be …
(지친 ‘자아’가 웅얼웅얼하는 느낌)

I wanna be a rap star
I wanna be the top
I wanna be a rockstar
I want it all mine
I wanna be rich
I wanna be the king
I wanna be me
I wanna be ...
(욕망이란 ‘자아’가 튀어나오는 느낌)

그래 나는 너고 너는 나야 이젠 알겠니
그래 너는 나고 나는 너야 이젠 알겠지
우린 한 몸이고 또 때론 부딪히겠지
너는 절대 나를 떼어낼 순 없어 알겠지
Yeah yeah 떼어낼 수 없어 네가 뭐를 하던지
Yeah 인정하는 게 더 편안하겠지
Yeah 성공 혹은 실패 어디 있던지
Yeah 도망칠 수 없어 어딜 가던지

나는 너고 너는 나야 알겠니
너는 나고 나는 너야 알겠니
우린 한 몸이고 부딪히겠지
우린 너고 우린 나야 알겠니


Interlude: Shadow 뮤비 캡처


선공개된 뮤비는 3분. 글로벌 슈퍼스타로서의 화려한 ‘페르소나’ 뒤에 불안하고 취약한 존재인 어두운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끝부분 가사에서는 그림자는 떼어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 안고 가야 한다는 ‘소극적인 받아들임’이 느껴졌다.

앨범이 나오고 공개된 음원은 4분 20초, 가사가 더 있었다. 숨겨진 1분 20초는 슈가가 말한 대로 ‘반전’이었다. 두 번째 벌스가 추가되면서, 곡이 어두운 분위기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신기함)




숨겨진 1분 20초


웃어봐 뭘 망설여
네가 바라던 게 이런 게 아니었니
울던가 뭐가 두려워
네가 원하던 게 이런 게 아니었니
네가 바란 삶 네가 원한 삶
네가 택한 삶 후회 없이 다 이뤘지
거기에다 너는 big house, big cars, big rings
네가 원한 건 모든 걸 다 가졌지
근데 뭐가 문제야 즐겨
아님 놓던가 싫어?
그럼 달리던가 뭐 멈추던가
한 가지만 하라고 징징대지 말고
알려준 적 없다고? (Yeah yeah)
정말 몰랐었냐고? (Oh no)
네가 가진 만큼만 나는 가져갈게 그게 뭐든지 말야
때론 너의 휴식은 추락이 된단 걸
이제야 알겠니 매번 최선이 최선이란 걸




휴식은 추락이 된단 걸...

추락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는 사람이 들어도
왠지 흠칫하게 되는 가사...


매번 최선이 최선이란 걸...


앞서 차선은 도망치는 거라고 했는데, 결국 차선보다는 최선을 택하겠다는 것, 답은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 여운...


슈가는 데뷔 초반부터 돈, 명예, 성공에 대한 갈망을 음악으로 표출했고 성공한 후에는 인기 하락에 대한 염려로 전전긍긍하는 것 같았다. 때론 이런 솔직한 모습이 팬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칼 융의 이론 중에 가장 흥미롭고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이 ‘그림자’인 것 같다. 융의 이론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기에 정확하게 전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을 쏙쏙 뽑아서 적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융 심리학을 설명해주는 영상 중에 가장 솔깃했던 건 역시 정여울 작가님의 해석이다. 작가님의 설명에 의하면 ‘그림자’는 트라우마, 콤플렉스, 두려움, 열등감, 자기혐오, 불안과 같은 어두운 존재인 동시에 또한 내 안에서 꿈틀대는 빛나는 ‘잠재력’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어떤 순간에 나약해지는지 알고, 그것을 알게 된 다음에 나 자신을 더 깊은 수준에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작가님의 말대로 “나의 그림자가 어떨 때 방아쇠가 당겨지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그림자보다 더 강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 할 수 있겠다.


정여울 작가님 강연 영상 화면 캡처



지금 위치도 너무 높고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게 사람 마음이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정상에 오른 후 방향을 못 잡고 긴 정체기를 겪거나, 별다른 발전 없이 흐지부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것을 다 이루고 난 후 그다음은 무엇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한다. 즐겨야 할지, 아님 계속 나아가야 할지. 즐긴다면 어떻게 즐기고, 더 달린다면 또 어딜 향해 달려야 하는지. 지금도 좋은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인기가 식기 전에 좀 더 즐기고 좀 더 돈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성공과 욕망의 무게에 무너지는 스타들이 허다하다.


방탄소년단은 데뷔한 지 꽤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모든 멤버가 ‘이탈’ 없이) 쉼 없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분명 그들도 매번 더 좋은 앨범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사회적으로 반듯하고 좋은 모습을 보야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아이돌은 나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4세대 아이돌 세대가 열릴 수 있고 어린 동생 그룹들에 의해 세대교체가 될 수 있다.



슈가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데뷔 3년 만에 음악방송 1위를 한 후 화양연화 pt.2 앨범 스킷에서 “한 곡 잘된 가수는 많다”면서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기 싫다는 속내를 내비쳤고, 2017년 빌보드 수상 후에도 “올라오는 건 이렇게 힘든데 정작 내려가는 건 올라온 속도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드러냈다.


이런 두려움이 사람을 망가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고, 더 큰 성공을 향해 달리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정말 신기한 게 뭐냐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거다. 내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고,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탄소년단은 그림자와 부딪히며 ‘진정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내면의 어둠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하기에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게 아닐까? (BTS의 인기에 대해 락세 염불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지만, 지금까지 하락세는커녕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추가된 1분 20초 가사에서 슈가는 차선보다는 최선을 택했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할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7개월 뒤, 싱글 Dinamite로 빌보드 핫백 1위를 찍었고, 다음 목표는 그래미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KBS 뉴스에서 밝혔다. 이런 모습이 아름답고, 응원해주고 싶다.






자칫하면 기괴하게 들릴 융의 이론을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게 직관적으로 잘 풀어낸 가사다. (감상 완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