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극복하는 힘> 리뷰 2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우리는 3단계 방어체계를 갖고 있다.
1단계: 사회참여 체계 (배 쪽 부교감신경계)
2단계: 투쟁-도피 반응 (교감신경계)
3단계: 동결 반응 (등 쪽 부교감신경계)
길에서 칼을 든 사람과 부딪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먼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분석하려고 할 것이다. 강도인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인지, 술에 취한 사람인지를 판단하고 그다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지, 피신할 장소는 있는지 주위를 돌아보며 재빨리 행동을 취할 것이다. (1단계 사회참여 체계)
만약 상대가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는데 주위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스트레스 각성이 높아지면서 두려움과 분노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때는 그저 정신없이 도망치고 싶거나 혹은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맞서서 싸우려고 할 수 있다. (2단계 투쟁-도피 반응)
그다음 만약에 상대가 우리 목에 칼을 들이대는 아찔한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정신을 잃고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 자신을 엄청난 고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몸이 취하는 방어전략이다. (3단계 동결 반응)
여기서 두 번째, 세 번째 방어체계는 우리가 엄마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갖춰져 나오지만 첫 단계 사회참여 체계는 태어날 때 미성숙한 상태로 시작하여 10대까지 계속 발전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아시절과 아동기에 학대나 방치를 당하는 역경을 겪는다면 사회참여 체계를 주관하는 배 쪽 부교감신경계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
1단계 방어 체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결핍되어 쉽사리 2단계, 3단계 방어전략으로 후퇴해 버리게 된다. 즉 사회참여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곧장 투쟁-도피 상태나 동결 반응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어릴 때는 워낙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자원이 없기에 역경에 부딪히면 바로 도피나 동결 반응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역경이 반복되면서 생존 뇌는 자신이 자주 사용했던 방식을 기억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원래 사용하던 방어수단을 채택하게 된다. 어릴 적에 부모님의 다툼을 많이 겪은 아이가 어른이 돼서 주위에서 큰소리만 나도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두려움에 덜덜 떠는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잘못된 자가처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술을 마시거나 약물남용을 한다거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거나 폭식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우리의 '인내의 창'을 좁아지게 만든다.
인내의 창: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
인내의 창이 넓은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용가능한 자원을 동원하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인내의 창이 좁은 사람은 자칫 별거 아닌 일에도 화를 내며 스트레스에 압도당해 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내의 창을 넓힐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각성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다만 스트레스 각성 후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위기 상황이 지나면 제때에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원상태로 복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회복 없이 스트레스 각성이 반복된다면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이 바닥나게 되어 인내의 창이 좁아진다.
반면 스트레스 각성 후 적절한 회복이 이루어졌다면 우리에게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는 마치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다. 휴식 없이 운동만 과하게 한다면 몸은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운동 후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운동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신체는 더욱더 튼튼해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우리는 스트레스 각성과 회복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내의 창을 넓힐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회복이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회복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우리 안에는 이미 회복 능력을 갖고 있다.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심신체계가 알아서 회복하도록 환경조성만 잘해주면 되는 것이다.
정확한 수련 방법은 꼭 책을 참고하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여기서는 책에서 언급한 수련법 중 기억에 남는 것만 적어보겠다.
사실 고통이나 불안을 느끼는 그 자체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는 선택가능하다. 저자는 이럴 때 '접촉지점'에 주의를 돌리라고 권장한다. 누워있다면 몸과 침대의 접촉지점, 앉아있다면 등과 의자의 접촉지점 그리고 발바닥과 땅의 접촉지점이 되겠다. 이러한 접촉지점의 신체감각에 주의를 돌리면 인간은 안전을 느끼게 되어있다. 무언가가 우리 몸을 지지해 준다는 것에서 안전감을 되찾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호흡에 집중하는 수련법이 많은데, 이 책의 저자는 호흡집중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봐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확실히 부작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코막힘이 좀 있는 편이어서 만약에 나보고 호흡에 집중하라고 하면 갑갑해서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때문에 접촉지점에 집중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존뇌가 안전을 느끼도록 해주면 우리 몸은 회복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스트레스 해소의 신호에는 울음, 하품, 심박수 감소, 떨림과 전율, 웃음, 한숨 등이 있다. 우리 몸이 회복을 시작하면 이런 증상 중의 한두 개가 나타난다고 하니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러한 증상에 집중해 보면 좋다. 돌이켜보니, 내가 가장 많이 경험했던 건 울음인 것 같다. 심리적 고통이 일정 수준으로 심해졌을 때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괜찮아지던데, 그게 회복의 신호였구나.
사실 뭐가 이렇게 쉽냐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 의아했으니까.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완전 납득이 된다.
생존 뇌가 위협을 스캔하고 스트레스의 활성화를 주관하는데, 만약에 생존 뇌가 과민해지거나 고장이 생기면 불안장애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빨리 생존 뇌에게 우리 지금 안전하다고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생존 뇌는 언어로 소통이 불가하다. 우리(사고 뇌)가 아무리 괜찮다고 위로해 줘도 생존 뇌는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접촉지점에 주의를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힘을 감지할 때 생존 뇌가 안전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드디어 마감.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