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글퍼~
처음엔 새치를 한 카락 한 카락 가위로 잘랐다.
그러다 더 이상 한카락씩 골라서 자를 수가 없을 정도로 새치가 많아졌다.
미용실 원장님께서는 새치가 모인 부분만 살살 염색을 하라고 조언했다.
좋은 방법이다. 특정 구역이 유난히 은빛이 도니까 그 부분만 집에서 슥슥 발라주면 되겠네.
일단 올리브영에서 여러 번 나눠 쓸 수 있도록 포장된 염색약을 구매했다.
집에서 오른쪽 앞부분은 내가 바르고, 남은 부분은 엄마보고 잘 살펴서 발라달라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내가 한 부분은 엄청 잘됐다. 성공.
근데 머리 중앙 가르마를 따라서 뾰죽뾰죽 솟아오른 하얀 새치들은 그대로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아니, 제일 눈에 띄는 부위를 안 바르고 다른 데만 열심히 발랐나 보다 엄마가...
안경을 쓰고 꼼꼼하게 하라는데도... ㅜㅜ
아무래도 다시 가위를 꺼내 들어야 할 것 같다.
사실 난 어릴 적부터 새치가 많았다.
유전일 수도 있고, 어릴 때 약을 하도 많이 먹어서 생긴 부작용일 수도 있다.
어릴 적 새치는 별감정이 안 드는데, 나이 들어서 생기는 새치는 서글퍼도 너무 서글프다.
나이 드는 것도 슬픈데, 집에서 새치염색까지 하다 보니 더욱 슬프다.
나이 든다는 건,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염색하고, 손으로 뽑고, 가위로 자르고... 등등
옛날보다 훨씬 부지런히 관리를 해야 한다. 귀찮다.
그러다 보니 왜 꼭 새치를 감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흰머리는 예쁘지 않다고 간주되는 거지?
그냥 자연스럽게 노화현상을 받아들이면 안 될까?
새치가 있는 대로 밖을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걸까.
근데 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 뭐 하나.
남들은 다 새치가 예쁘지 않다는데,
나만 새치 왜 안 예쁘냐고 반문하면 뭐 해.
남들 다 염색하는데 나만 염색 안 하고 다니면 나만 안 예쁜 사람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