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파> 리뷰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로서 ‘스타트업 국가’로 불립니다. 인구 800만의 작은 나라에 스타트업만 5,000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기술혁신을 말하자면 체리토마토, 점적 관개, 캡슐 내시경, USB 저장장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고요. 1966년 이후로 노벨상 수상자를 12명이나 배출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왜 이렇게 뛰어난 인재가 넘쳐나는가? 그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이 책이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저자는 평범한 이스라엘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왜 그들이 스트레스에 강하고 임기응변을 잘하고 행동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래 제 나름대로 한번 요약해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아이들은 활용법이 분명한 비싼 장난감 대신 버려진 가전제품이나 가구, 타이어 같은 폐품을 쌓아둔 마당에서 논다고 해요. 원래 용도는 무시하고 물건을 부수고 합쳐서 쓰임새를 바꾸면서 놀이를 하는 거죠. 이런 과정에서 아마 창의성이 길러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른들은 안전에 관한 기본만 지킨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도 안돼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 꼭 정해진 방식으로 미끄럼틀을 사용해야 하죠? 알아서 놀면 되지. 아이들이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올바른 놀이 방식을 터득하지 않을까요?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는 장작을 모아다가 모닥불을 지피는 일도 어린이가 직접 한다고 하니 굉장히 놀랍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다양한 청소년 활동이 제공되며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1년간 지역사회 봉사 활동이나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갖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형식적인 활동이 아니라 진짜로 사회에 필요하고 개인에게는 성취감을 주는 활동이라고 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상자를 구출하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골든타임에 부상자를 치료하는 일까지 직접 해낸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군대를 간다고 하네요.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헉 소리 나겠지만, 다행히 이스라엘 군대는 굉장히 수평적이고 복무기간에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군대에서 익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는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그러니 군대 생활을 단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주 보람차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요.
이렇게 이스라엘 청년들은 여행 다니고 봉사하고 군대까지 갔다 오면 20대 중반이 되어버리는 사람도 있다네요. 동양국가에서 하루빨리 대학에 진입하고 취업준비를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양상이죠.
이스라엘 유대인은 자신들이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신념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테러 위협이 닥쳐도,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몰라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출근하며 정상적인 삶을 유지합니다. 역사와 지정학적 조건을 보면 저런 불안한 땅에서 어찌 아이를 키우겠냐 싶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은 낙관적인 태도로 일상을 유지하고 더 좋은 기술,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낙관적인 사회분위기가 실패 확률이 높은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키워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업에서 한번 실패해도 이게 끝이 아니다, 일이 실패한 거지 사람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받쳐주는 사회분위기가 있기에 이스라엘에서 부단히 스타트업이 생기고 혁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우월하게 설정하는 것이 정말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이스라엘 사회는 수평적 구조가 지배적이며 상급자와 하급자가 가장 좋은 답을 찾기 위해 자유롭게 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후츠파’라고 하는데요. 하급자가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스라엘 사회는 이를 완전 용납 가능하다는 거예요! 이런 ‘후츠파 정신’은 이스라엘 기업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육아와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6시간을 투자해서 읽고 나니 서먹서먹하던 이스라엘과 친해진 느낌이 듭니다 ^^
아래는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스라엘 아랍인 기업가 이마드의 이야기인데요. 2007년, 그는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 여성 82퍼센트가 실직 상태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발견하고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 밥컴 센터(Babcom Centers)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는 아랍인이 뛰어난 기업가가 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였습니다. 아랍인은 정부와 은행의 지원을 받기 힘들며 그들만의 좁은 네트워크는 성공을 제약합니다. 보통의 아랍인은 자그마한 마을에 고립돼 그들의 네트워크는 마을 자치회장이나 학교 교장이 전부라 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는 대부분 유대인이니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죠.
이스라엘이 배출한 성공한 기업가들은 주로 유대인이라고 합니다. 인구의 총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스라엘 아랍인은 성공사례가 아주 드물다고 해요. 이마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소를 설립해 아랍인 기업가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멘토 및 전략 컨설턴트와 만남을 주선하는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과 가치관은 그의 성장과정과 젊었을 때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마드는 태어나면서부터 소수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소수민족 마을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종교(기독교)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가 성인이 되어 공장장으로 임명받았을 때 유대인 노동자들은 아랍인 공장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유대인과 아랍인의 갈등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사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장장이 됐다고 하는데요. 그는 혹독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귀중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고 합니다. 바로 사람은 모두 비슷하다는 겁니다.
“다들 똑같이 숨 쉬고, 먹고, 웃고, 울고, 행동합니다.”
“우리 모두는 다 같은 인생의 두려움, 어려움, 기쁨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교류가 단절되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그저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분류하고 결국 서로를 미워합니다. 정작 알고 보면 다 같은 사람이고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제가 살면서 갖고 있던 생각을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아랍인 기업가에게서 듣게 되니 몹시 반갑고 신기하네요. 정말 사람은 어디에 살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외모가 어떻든지 간에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