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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Nov 22. 2020

팬덤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팬덤 안에서 배운 것이다

BTS와 아미 컬처 - 이지행

연예인을 다룬 글은 많지만 그 팬덤을 연구한 글은 극히 드물다. 빛은 언제나 스타들이 전부 가져가는 듯했다 아미라는 팬덤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이 책은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를 집중 분석한 대중 비평서다.


아이돌 팬덤이 주인공이 된 책,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건 트위터를 하면서부터 였다. 집단 심리에 관심을 갖고 팬덤이라는 집단에 대해 알고 싶었던 나는 트위터에서 구독계 하나를 팠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독하다가 저자의 계정도 팔로우하게 된 것.


사실 나는 별 기대를 안 했다. 책이 일반 책 보다 작고 얇아서 더 기대를 안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유튜브 영상으로 한 번 본 적 있는 이지영 교수님과 헷갈리기까지.. 두 분 다 아미시고 BTS 관련 책을 냈고 이름까지 이지행, 이지영 너무 비슷해서 헷갈릴 수밖에 ㅋㅋ


후딱 읽어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이거 웬걸 첫 문장부터 나를 사로잡았고 한 구절 한 구절 너무 멋져서 후다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역시 학자는 다름, 깊이가 있어. 200페이지를 읽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고  다시 볼 때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런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팬덤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팬덤 안에서 배운 것이다.’ 저자는 아미 신분으로 트위터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셨다. 팬덤을 연구하려면 팬덤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


이 책은 일단 ‘저자 소개’가 아주 흥미롭다. 이지행 박사님은 논문을 ‘파국’을 주제로 쓸 만큼 다크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자기소개를 한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연계된 파국의 징후를 영화와 대중문화에서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세계관 그리고 아미와의 관계 속에서 예기치 않게 세계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되면서 내심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중이다.”


나는 이 문장이 수많은 사람들이 BTS에 열광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고 본다. 방탄이 전하는 메시지가 단지 이분만 변화시켰을 리가 있겠나.. 전 세계 아미들이 방탄의 음악과 메시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이제 그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더 넓게 전파하려고 한다.


아미는 어떤 사람들일까?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이 책에서 말해주는 아미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아미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아미는 유튜브, 트위터 그리고 각종 연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 트위터는 정보가 가장 빨리 확산되고 여론 형성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써 아미들의 대집합 장소 같은 느낌이다. 신곡 발매나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면 온 팬덤이 서로의 해석을 비교, 수정하고 공유하느라 들썩인다.


저자는 아미를 ‘일급 프로모터’라고 칭한다. 아미들이 방탄을 홍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해시태그 홍보, 타래홍보, 앨범 및 음원 구매, 라디오 홍보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미국 아미들이 라디오 선곡 횟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정말 감동이었고 인상 깊었다.


TV에서 해외 팬들이 멤버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외치고 떼창 하는 광경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하고 방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열광적인 팬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홍보가 아닐까.


유튜브나 트위터에서 보면 아미들이 방탄이 어떻게 자기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 방탄의 음악에는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설명하는 댓글이 수두룩 하다. 책에서 ‘유사 이래 자기 아티스트에 대해 가장 할 말 많은 팬덤’, ‘타팬들이 아미를 가장 재수 없어하는 이유 1위’라는 표현이 꽤나 흥미롭다. 이렇듯 아미는 열광적이다.


2. 아미는 어떤 사람들인가?


보통 아이돌 팬덤이라고 하면 10대 소녀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미의 구성은 정말 특이하다. 중장년층, 남성팬, 성소수자, 마이너리티, 흑인, 지식인 계층...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해외 방탄 팬 베이스 관리자들 중에 30, 40대의 커리어를 가진 여성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 점을 ‘라디오 뚫기’ 같은 캠페인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리고 방탄의 트윗에 멘션을 남기거나 리트윗을 하는 계정들의 성별 비율 통계를 보면 여자 6, 남자 4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3. 아미 팬덤의 내부 갈등?


이렇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문화와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 마찰이 없기는 힘들다. 서로 의견이 엇갈려 충돌하다가 지쳐서 떠나는 팬들도 많다. 자잘한 갈등은 말할 데도 없고 한국 아미와 해외 아미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 팬덤 내 인종주의와 같은 큰 갈등도 존재해왔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인종적 다양성 안에 살아왔으므로 다른 국가에 비해 인종 감수성이 떨어질 수 있다. 책에서는 왜 흑인 영어를 따라 하면 안 되는지, 왜 레게 머리를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나도 처음 알게 되었다는..


아미들은 불거진 인종혐오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룹 채팅방을 열어 대화와 토론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런 노력을 보고 저자는 아미가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 채 전진하는 드문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18년에는 번역계 아미들의 주도로 ‘아미 백서’가 발간되었다. 백서에는 ‘티셔츠 사건’ 뒤에 자리한 역사적 배경과 국적에 따른 다양한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팬덤 내부의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한 성찰, 그리고 각자의 국적을 넘어 진정한 인간애적 팬덤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 백서를 펴냈다는 설명에서 저자는 ‘정치적 공동체’로서의 팬덤의 가능성에 대해서까지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4. 아미 영향력 어디까지?


처음에는 유명인이 방탄을 언급해주거나 미국 매체들이 방탄을 인터뷰하는 것만으로 기뻐하던 팬들이 슬슬 깊이 없는 신변잡기식 질문에 지쳐갔다. 아미들은 음악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원한다. 이런 아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언론도 이제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사전에 아미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저자는 아미가 수동적 소비자에서 이제 업계의 키플레이어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고 말한다.


아미의 영향력은 기부활동에서도 빛을 발한다. 아미들은 방탄이 시작한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을 시작해 이제는 직접 기부 캠페인을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방탄이 다시 팬덤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기도 한다는 것. 방탄과 아미는 정말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 세상에 따뜻함과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듯하다.



팬덤을 연구하는 자세


이외에도 책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팬들의 순진한 애정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국내 시상식들의 상도덕 부재를 지적하기도 하고, 스타에 대한 관심을 통제적인 태도로 발산시키는 일부 팬들의 태도도 언급한다.


이 모든 것은 팬덤에 관한 세밀한 관찰이 없다면 써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세세하게 아미의 행적을 기록한 책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나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이런 책이 나오는 걸까.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 듬뿍 담아 이 글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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