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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Oct 23. 2020

한 우물은 부족해요, 적어도 세 개는 파셔야 합니다!

폴리매스(Polymath) 리뷰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가, 뭔가 있어 보이고 멋있긴 하죠. 저도 본업 잘하는 사람 좋아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전문가를 찬양하고 지향하는 시대에서 이 책의 저자는 “한 가지만 잘하는 초전문가의 시대는 갔다!”라고 외칩니다. 우물 하나만 달랑 파면 위험하다고, 깊게 여러 개 파는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폴리는 세 개 이상을 뜻하는데요, 즉 폴리매스 인간은 적어도 3개 분야에서 상당한 재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폴리매스(Polymath):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

그럼 어떤 사람이 폴리매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는 어마어마한 천재, 괴짜들이 나옵니다. 다 빈치, 뉴톤, 아리스토텔레스 외 다수 듣도 보도 못한 괴짜들이 언급되는데요.. 뭐 대략 이과도 잘하고 문과도 잘하고 예체능도 잘하는 천재 만재 탈지구급 능력자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폴리매스 대표인물:  다 빈치

화가, 조각가, 음악가, 디자이너, 해부학자, 발명가, 엔지니어, 비행사, 군사전략가, 지도 제작자...

오늘날 다 빈치 같은 사람을 만들려면 13개 전문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날 전문화 숭배 현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전문성은 엄청난 매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시작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전문화 숭배의 시작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전문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학문을 자잘하게 분류하고 하나만 골라서 전공하는 건 비교적 최근에 채택된 행동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식이 폭발하고 사람들은 방대한 지식을 전체로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20세기 에 접어들어 신기술을 상품화하고 대량생산에 필요한 노동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대중교육이 도입됩니다. 노동의 분업화와 전문화를 뒷받침해줄 교과 과정은 사용설명서 정도 읽을 줄 알고 생산라인 특정 업무에 숙달된 노동자를 키워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 후 가장 영향력 있는 세 기관(학교, 정부, 기업)에서 분업과 분과를 채택해 경계가 엄격해졌고, 초전문화 현상이 탄생하고 오늘날 누구나 당연시하는 규범으로 정착합니다.

즉, 고도로 세분화된 전문화 현상은 애초에 인간 개체의 행복 따위를 신경쓰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잘하게 일을 나누고, 교육이 또 그것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지식을 자잘하게 나눠서 가르쳤다는 겁니다. 개인이 따분해하든 말든, 진로를 선택할 준비가 되든 말든 빨리 하나를 골라라고 압박을 주는 게 현실이죠. 누구 좋아라구요? 극소수의 기득권층이 좋아라구요, 관리하기 쉽잖아요.



2. 왜 한 분야의 초전문가가 아닌 다재다능한 폴리매스가 되어야 하는가?


#우선 한 분야만 파는 전문가는 실직 위험이 큽니다. 기계가 점점 똑똑해지죠? 앞으로 인공지능이 의사, 변호사, 회계사의 일자리를 빼앗을 만큼 똑똑해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글쎄 저는 잘 상상이 안 가네요.) 어떤 직종이 먼저 사라질지는 모릅니다. 그러기에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여러 우물을 파야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서!


#앞으로 기계가 사람을 초월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은 있습니다. 기술 특이점이 오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미래 수십 년간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요? 바로 기계의 핵심가치를 프로그래밍할 사람이 필요한데요. 아무래도 한 분야에 특화된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갖고 넓게 보고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폴리매스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유발 하라리가 말했죠. 왜 위험한 기술을 사전에 막지 못하는가? 왜 미래를 예측하고 컨트롤하기가 힘드냐면, 사람은 각자 자기 분야만 내다보기에 전체를 이해하고 분석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처음에 좋은 의도로 환자를 위해 개발한 약이 멀쩡한 인간을 업그레이드시켜 슈퍼 인간이 탄생할지도 모르니까요.) 인류의 안전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사명감을 갖고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폭넓게 생각하고 전체를 내다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전문화는 생산성이나 천재성 그리고 재정안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폴리매스가 되는 게 더 쉽고 효율성이 있으며 돈 잘 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때 생산성이 높고 어떤 이는 여러 일을 함께 할 때 생산성이 높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운이 좋으면 다섯 시간도 쓸 때가 있지만 대개는 두세 시간 이상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상위 1%가 되면 부와 명예를 얻지만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차라리 세 가지 분야에서 각각 상위 10%에 들어 이들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통합해 활용한다면 성공 확률이 훨씬 커진다고 합니다.



3. 그러면 어떻게 폴리매스가 될까요?


저자는 친절하게 폴리매스가 되는 법을 알려줍니다. 세상에 존재했던 폴리매스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 따라 하면 되죠. 자, 6개 키워드로 정리해줍니다.

개성, 호기심, 지능, 다재다능, 창의성, 통합


종합하면 ‘개성이 있고 호기심이 많으며 지능이 높아 다재다능하며 지식을 통합해서 창의성을 발휘하다’인데요.. 하나씩 보겠습니다.


#1 개성이 있으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한 가지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좋아요.


#2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는 적극 파고들어야 합니다. “내 분야가 아닌데 어찌 감히 타인의 분야를 넘보겠어? ” 이런 생각 집어치우세요. 당당하게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3 토론토 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6세 아동들이 드럼 레슨을 받고 나서 지능검사 점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니 ‘뭐든 한 가지를 잘 배우면 다른 일도 덩달아 잘할 수 있다’ 이런 것 아닐까요? 악기든 춤이든 상관 말고 레슨 등록하세요.


#4 다재다능한 폴리매스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 가지를 집중해서 파고들다가 효율성이 확 떨어지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는 그저 쉬기보다는 다른 일로 집중력을 전환할 때 가장 회복력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양한 취미생활은 시간낭비가 아닙니다. 리플래쉬(Refresh)의 수단인 거죠!


#5 폴리매스들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곧잘 독창적인 생각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고 해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서로 연결하는 능력이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무의식 속에서 만나 통합되다가 어느 순간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잡스는 ‘연결할 만한 점들이 부족하면 문제를 폭넓은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일차원적인 해결책만 내놓을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6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이런 ‘통합성’입니다. 너무 일찍 한 가지 전공분야를 선택하도록 강요를 받고 그 분야에 취직해서 16시간씩 일하며 ‘전문가’ 타이틀을 유지하며 다른 분야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바쁘다고 한 분야만 고수하며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여러 가지를 해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본업에도 도움이 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존율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너무 복잡하고 실행하기 어렵다고요?


조급해 마세요. 제가 구체적인 방법을 좀 더 찾아봤어요. 여행을 자주 하고 많은 언어를 습득하고 인터넷을 잘 활용해라..같은 건 패스하겠습니다.


4. 직업을 설계하라



순차적 혹은 동시에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 폴리매스의 기질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1 연예인을 보면 처음에 노래를 했다 연기자로 전향했다가 나중에 사업도 하고 그러잖아요. 변호사가 국회의원 되고 의사가 개업하고 운동선수가 해설가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한 분야에서 쌓은 경력이 다른 분야로 이어져서 선순환을 이루면 좋아요... 일단 아무거나 하나 잘하고 보라는 말입니다!


#2 지금 확실하게 잘하는 분야가 없다면(저처럼) 동시에 여러 관심사를 파고들면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알바 혹은 비정규직으로 이곳저곳 일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듯합니다. (이력서는 난잡판이 되겠지만요.)

자기에게 맞는 일자리란 한 우물만 파는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성향과 두루두루 폭넓게 관심을 갖는 성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내재합니다. 뇌의 가소성과 시간이 갖다 주는 변화의 힘이 있기에 주기적으로 직업을 옮기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을 찾으려면 여러 관심사가(서로 무관해 보일지라도) 중첩되는 부분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상 폴리매스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해 금지 사항은: 한 분야의 초초초전문가는 되지 말되 여러 분야의 그냥 전문가는 되셔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급으로 성장해서 각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독창적이고 대체불가한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한 우물도 파시기 힘들겠지만, 어쨌든 세 개는 파셔야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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