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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Nov 12. 2020

[30대의 자아 찾기] 지금 나는 어디에 있지?

30대 중반에 나를 다시 생각하다

  정신 차려보니 서른다섯이다. 만으로는 서른네 살. 나라에서 정한 청년의 기준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다. 내년이 되어 생일이 지나면 난 이제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청년의 기준을 벗어나게 된다. 빠른 월생이라 좋았던 건 초등학교 입학 이전까지의 이야기이다. 이제 다가오는 생일을 맞이하면 난 더 이상 국가공인 청년이 아니다. 갑자기 생일이 두려워진다. 난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좋을 때 좋은 걸 모르고 세상에 맞춰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다. 삼포세대, 사포 세대란 말이 나오는 사회에서 난 어쩌면 많은 걸 이룬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허하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가 없을까. 


  졸업을 하고 나니 학생이란 신분을 잃은 것이 두려웠고 퇴사를 하고 나니 직장인이란 신분을 잃은 것이 허전했다. 지난 시간이 그립긴 해도 나는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열심히 했으나 생각만큼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고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길로 간 것도 아니다. 20대의 나는 너무 힘들었다. 당찬 20대 초반의 열정은 졸업 전에 진작 사라졌고 취업을 앞둔 나에겐 4대 보험과 밀리지 않는 월급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스물다섯, 졸업 후 겨우 첫 회사에 입사했다. 대학생 때는 알바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더니 졸업 후 취업은 알바 찾기보다 더 어려웠다. 꿈꾸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준비하는 게 힘든 마음에 입사를 결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안이했다. 입사 후 며칠이 지난 진짜 사회 초년생이었던 어느 날, 점심 식사 후 직속 대리의 심부름으로 우체국에 가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오려고 그렇게 열심히 산 것일까.  10년이 지나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 걸로 감성에 빠져있었네란 생각이 들지만 그때의 나는 심각했다. 하지만 그런 감성은 잠시뿐 그냥 사회에 나를 맞춰갔다. 한차례 회사를 옮겼고, 직장인이란 신분을 약 7년간 유지했다.


  회사를 다니며 예술 감성 충만했던 나는 정리와 엑셀을 사랑하게 됐고 기록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때의 나는 밥벌이가 안 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겐 취미 정도로만 적합하고 뒤로 미루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십 년이 지난 후 나를 보니 왜 그때 하고 싶은 걸 안 하고 살았나 싶다. 그래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20대 때 타협했던 현실이 30대가 되어 나를 다시 찾아왔다.  한 번 더 굽힌다면 40대에 또 후회할 것 같다. 밖에서 찾던 답을 이제 내 안을 둘러보며 찾아보고자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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