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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Nov 23. 2020

[30대의 자아 찾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나를 변화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무렵 각종 자기 계발서들이 유행했다. 책의 주내용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들은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상위 1%의 노력을 해야 한다’와 같이 좀 더 자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는 나에게 자극을 주는 동시에 지금의 나를 작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나면 부족한 인간임을 느끼며 나를 바꾸고자 노력했지만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일수였다.  

 활달한 성격이 아니었던 나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나 봉사활동 면접을 보면 ‘조용하실 것 같네요.’, ‘얌전해 보이네요’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런 말을 들었던 면접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면접 컨설팅을 받을 때도 '목소리가 작다, 좀 더 기운차게 말해야 한다'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조용한 성격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조신하지만 사교적인 성격처럼 보여야 했다. 취업을 위해,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웃고 활발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은 자꾸 나를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20대의 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 질책하며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았다. 아직도 가끔 정말 원했던 곳의 최종면접을 생각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때 다른 말을 했다면 붙었을까? 그곳에 들어갔다면 난 좀 더 좋은 삶을 살았겠지?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그걸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노력에 지쳐버렸다. 지금 노력한다 한들 나아지는 게 없는 것만 같았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니 의욕이 사라졌다. 뭐든 배우기 좋아했던 나는 성과 없는 배움에 지쳐가며  이걸 배워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존감은 육아를 하는 동안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이가 크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사회에서 나의 자리를 다시 찾을 수는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사회와 멀어지자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타고난 기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작은 아기들도 모두 각자의 기질을 갖고 있다. 이는 조리원에서부터 티가 나게 차이 난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낯선 사람에게도 잘 안기는 아이도 있다.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내 아이의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질에 맞아 편안한 길로 부모로서 알려주겠다는 생각을 하다 나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사고가 확장됐다. 내가 갖고 태어난 기질, 내가 편하다 생각하는 것을 일부러 바꿔 가며 주변에 맞출 필요가 있을까?


  나는 싫은 일을 겪어도 앞에서 바로 표현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자리에선 받아들이는 척이라도 하고 혼자 마음을 정리하곤 했다. 그게 일이면 그 일을 포기했고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인연을 조용히 혼자 정리하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당당하게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는 결국 말하는 사람만 챙겨주며 말하지 않고 덮어버리면 아무도 널 챙겨주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래 다음에는 앞에서 바로 말해야겠어!’ 라며 자기반성의 단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하니 나는 앞에서 바로 표현하는 게 더 불편한 사람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편한 대로 행동하는 게 나 다운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진짜 필요한 일에는 나도 내 의견을 바로 말하되 그렇지 않은 일이라면 모든 일에 촉을 세우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던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사람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질에 맞는 활동을 할 때 그 사람이 더 빛남을 나는 아이를 키우며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 나에게 맞지 않는 길만 원해왔던 건 아닐까? 이제 와서 나를 바꾸려 노력하기보다는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어 졌다. 그리고 여기에 맞는 길을 찾아 나서려 한다. 내가 편한 것,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들에 대해 매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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