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주목하는 21' 소비 트렌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해 수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다양한 콘텐츠와 경험을 하며 이를 정리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래서 준비한 브런치의 첫 번째 장은 <돈 쓰는데도 트렌드가 있다> - 코로나 시대의 21' 소비 트렌드.
웬만한 국내외 온라인 쇼핑을 섭렵하고 있는 나에게 쇼핑과 소비란 자신 있는 분야고,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이 어디에 꽂혀있는지 아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에 한번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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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분석한 21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1. 홈코노미 Homeconomy
2. 온라인 쇼핑 Online Shopping
3. 건강에 대한 관심 More Health
4. 윤리적 소비 Ehtical Consumption
5. 구독 서비스 Subscription
6. 중고 거래 Trade of used goods
7. 보상 소비 Act of reward
8. 새로운 채널 Your new channel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주변 일상에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트렌드는 단순 심적인 부분을 떠나, 상품의 특성 / 제작 과정 / 판매 및 유통 플랫폼 / 소비자의 상품 경험 등
다양한 요소에서 나름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여기서의 상품은 product, service, visual, event 등 모든 디자인을 아우를 수 있겠다.)
1. 나를 대변하는 공간 '집' (Homeconomy)
코로나로 'HOME'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커졌다. 홈캉스, 홈코노미, 홈뷰티, 홈쿡, 홈트, 홈데코 등 집이 일터이자 휴가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서비스와 물품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특히, '나를 위한 가치 소비'를 추구하며 need 보다 want에 입각한 소비 형태가 상당히 늘어났다.
-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홈데코 (액자 포스터, 오브제(향초, 꽃병), 조명 등)와 홈웨어
- 힐링을 위한 소비 (시각- 플랜테리어 / 후각- 디퓨저, 향초 / 미각- 커피머신)
- 편리한 프리미엄 '편리미엄' (밀키트, 구독, 찾아오는 서비스(배달, 세탁, 전문가(숨고 등))
- 가전도 이뻐야 한다 (삼성 비스포크, 엘지 오브제 등)
한번 홈코노미 붐이 일어난 이상,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과 그 공간을 개인의 개성으로 채우려는 소망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한 때 다이어리 굿즈가 붐을 일으킨 것처럼 집과 개성에 주목한 다양한 디자인 상품이 나오고, 홈코노미 소비를 위해 간접체험, VR, 라이브 방송 등 언택트 정보 전달 콘텐츠는 다양화되고 더 적극적일 것이다.
2. 결제가 제일 쉬웠어요. (Online Shopping)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내 소비 요정은 쉴 틈 없이 카드를 긁고, 콘텐츠를 읽으러 갔다가 어느 순간 쇼핑하게 만드는 콘텐츠 커머스는 오늘도 성공적이었다. 게다가 얼굴 인식 하나로 빠르게 진행되는 결제 시스템 때문일까... 돈 쓰는 게 너무 쉬워졌다. 또 배송은 얼마나 빠른지! 예전엔 문 앞에 신문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다면, 이젠 문 앞에 쌓인 택배박스를 뜯어가며 아침을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작은 화면에서 소비를 부축이려는 다양한 방식이 생겼다.
- 라이브 방송으로 샅샅이 제품 리뷰 (특히, 전문가들의 유튜브 리뷰)
- 제품에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 커머스 (스토리텔링)
- 타임 커머스 + 선착순 (인스타,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도 핫한 방식)
- 알고리즘의 정확성 (판매자라면, 어떻게 내 제품을 알고리즘 레이더에 걸리게 할 것인가 고민 필요)
3. 건강을 챙기는 법 (More Health)
코로나 이 전, '크로스핏'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방식이 핫했다면 '홈트'라는 트렌드로 인해 나에 맞춘 + 나만을 위한 프라이빗함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홈트 영상 콘텐츠가 생겨났고, 나만을 위한 식단/PT 서비스와 샐러드 구독 서비스 수요가 늘어났다.
또한, 사람들이 직접 헬스 장비를 구매하면서 이 전에 고려되지 않던 '디자인'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헬스장에서만 사용하던 덤벨을 집에 놓게 되면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덤벨 디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에 맞게 (장식용으로도 꽤 괜찮은) 감각 있는 색감의 덤벨들이 제작되었다. 미美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던 분야에 새로운 디자인 붐이 생기는 건 언제나 짜릿하고 새롭다!
4.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비 (Ethical Consumption)
최근 들어, 사회와 환경 이슈와 맞물린 소비 형태가 다양화되었다. 화장품을 사더라도 동물 실험하지 않는 브랜드를 찾고, 사회 및 노동 문제가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가차 없이 무시된다. (예. 유니클로, 남양, 그리고 최근 쿠팡 등) 이와 같이, 사람들은 1)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2) 근로자의 노동 환경을 고려하여 소비할 브랜드를 결정한다.
사실 코로나 이 전부터 윤리적 소비는 화두가 되어왔지만,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이 위협받는 최근 들어 해당 트렌드는 더욱 뚜렷하게 확산되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러한 윤리적 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데 - (패키지 디자인을 중심으로) 포장 최소화, 재활용 소재 혹은 재활용 가능 소재 사용, 포장의 각 부분을 쉽게 분리시켜 재활용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인쇄소나 제작 업체가 사회적 기업인 곳을 사용하는 것도 지역 사회 발전 및 취약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소비가 될 것이다.
- 베어베터 http://www.bearbetter.net : 발달장애인의 일터 (인쇄, 커피, 제과 등 다양한 사업 진행 중)
5. 끊지 못하는 구독의 유혹 (Subscription)
넷플릭스, 왓챠, 아이튠즈, 각종 멤버십과 뉴스레터 그리고 생수까지! 내가 도대체 몇 개나 구독하는지 알 수 없지만 굳이 그 많은 구독을 끊을 생각은 없다. 왜? 편리하니까!
각종 서비스와 물품을 구독함으로써 수고스럽게 내가 직접 발품을 팔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구독 서비스'는 집콕과 개인이 중요시되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빠르게 커져갔다. B2C가 아닌 B2B 형태로도 다양화됐는데, 사무실로 직원들의 간식을 매주 배달해주거나 구내식당이 없는 기업들을 위한 도시락 서비스도 있다. 이렇게 개인을 넘어 가족, 반려견, 직원 등 다양한 제품과 소비자를 타깃으로 구독 서비스는 더 다양화되고 구체화될 것이다.
6. 당근이세요? (Trade of used goods)
특정 브랜드 홍보성이 강해 보이지만, 이만큼 최근 중고 시장을 잘 표현하는 문구는 없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를 거쳐 이제는 당근 마켓까지. 상품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맞춰 사람들의 구매 속도가 빨라져 상품의 소유 기간이 짧아졌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중고 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은 많이 줄어들어 중고 시장도 매우 활성화되었다.
특히, 당근 마켓은 중고 거래를 하나의 '지역 생활 커뮤니티 서비스'로 확장시키고 지역 정보와 가게 활성화까지 하며 지역 사회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게 하고, 이를 통해 천천히 쌓이는 지역 기반 데이터를 다양한 서비스(현재 구인구직, 과외, 부동산, 중고차, 청소, 세탁 등)와 커머스로 연결시켜 안정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근 배송'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여 배송 사업까지 확장시킨다고 한다)
7. 소비로 나를 위로하는 법(Act of reward)
해외여행도 못 가고 만남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요즘, 우리는 카드를 긁으며 위로를 한다.
명품은 없어서 못 사는 추세고,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싶은 물품에 대한 수요 또한 매우 늘어났다. 이러한 보복 소비는 물건에 대한 디자인 특성을 고려하기보단, 이로 인해 얻는 경험을 더 중요시하게 한다. 해당 물건은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고 어떤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경험'을 고려하며 감정적 요인을 중심으로 구매의사를 결정한다. 물건의 물리적 차별화는 나름 한정적이지만, 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경험은 매우 폭넓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우리는 디자인 경험에 대해 한번 고찰해볼 만하다.
8. 매일이 새로운 온라인 채널 (Your new channel)
언택트 시대의 온라인 채널과 비즈니스 모델은 빠르게 확장되어 이에 따른 콘텐츠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 보지 않아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해야 하고, 어느 순간 계속 보고 있을 정도로 흐름 없이 콘텐츠를 선별하고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를 어느 플랫폼에서, 어떻게 보여줄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이목 집중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지가 관건인데, 이 전과 같이 소셜 SNS에 업로드를 요구하며 일방적 관계를 맺으려는 시대는 지났다. 관계를 맺으려고 애를 쓰기보단, 사람들 스스로 내 글을 공유하고 알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소위 말하는 <21' 소비 트렌드>가 내가 최근 1년간 소비한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큰 가전은 '무조건' 이뻐야 되기에 비스포크 냉장고를 구매했고, 양재 꽃 시장에서 큰 화분 (아케라야자와 여인초)를 데려왔고 샐러드는 먹고 싶지만 만들기는 귀찮아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 쿠팡 앱을 삭제했고, 매일 출퇴근하며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와 비슷하다면, (다음 달 카드값은 생각하지 말고) 우리 트렌디하게 소비하고 있었다고 위안을 삼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