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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Jul 10. 2021

디자이너, 글자에 예의를 갖추자

똑바로 알고 쓰는 국문, 영문 글자 용어

분명 알고 있는데, 막상 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엔 어려운 용어들이 있다. 사실 요즘 그 의미가 무관할 정도로 타입, 폰트 그리고 글자와 서체라는 용어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혼용하여 사용한다 해도, 이를 매일같이 다루는 디자이너가 그 차이를 알아두면 분명 도움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글자'에 대한 용어와 개념을 정리해보려 한다.


이 글을 쓰는데 특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 이유는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한 국문 단어에 여러 영문 단어를 같이 쓰는 경우(letter - 글자와 문자로 번역)도 있기 때문이다. 국문과 영문이 1:1 대응이 되지 않거나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한글과 로마자를 각각 구분하여 정리했다. 






/ 글자, 글씨 그리고 활자

글자(letter) 말을 적는 일정한 체계의 부호다. 그리고 글자는 손으로 쓰는 글씨와 기계로 쓰는 활자로 나눠진다. 실제로 [어학사전]에 따르면, 글씨는 '쓴 글자의 모양' 이자 영문으로 handwriting이라 하고, 예문으로는 '글씨 공부', '철판에 글씨를 쓰다'라고 나온다. 활자는 '활판이나 워드 프로세서 따위로 찍어 낸 글자'이자 (인쇄용) type이라 하며, 예문으로는 <박경리, 토지>의 '석이는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긴다. 활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가 기재되어 있다. 



/ 그러면, 문자는 글자인가?

아니다. 글자는 부호(sign)고, 문자()는 체계다. 文은 글월(글이나 문장)을 뜻하는데, 글이나 문장을 만들기 위해 일정한 원리에 따라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통일된 체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예로, '한글'은 글자이자 매우 과학적인 문자라고 할 수 있다. 문자는 그 체계에 맞게 묶어 표기하는 게 중요해서 '한글과 로마자' 또는 '국문과 영문'으로 묶어 기재해야 한다. ('한글과 영문'은 틀린 표기법)



/ ~꼴 (글자의 모양) *21.07.14 일부 내용 수정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 이제 세부적으로 들어가 자형(形) - 글자의 모양에 대해 얘기해보자.

'~꼴'은 본래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을 뜻한다. 글씨꼴은 글씨에서 보이는 형태를 / 활자꼴은 활자에서 보이는 형태를 뜻하겠다. 그러면 글자꼴이란, 하나의 매체(medium)로 글씨체와 활자체를 어우르는 통합적인 자형의 양식이다. 



/ ~체 (글자의 모양새)

'~체'는 일정한 모양새나 격식을 뜻하며 style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서체는 '글씨를 써 놓은 모양'이라는 뜻으로 비교적 글씨체와 그 개념이 유사하지만 관계가 불명확하여, 폭넓게 글자체와 동일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글자 관련 용어와 개념을 한글에 입각하여 정리해보았다. 이제는 로마자를 기준으로, typeface & font, character & letter, 그리고 typo & typography의 용어와 개념을 설명하겠다.









/ Typeface & Font

A typeface is what you see, a font is what you use.

Type(활자) 안에는 다양한 typeface(활자체)가 존재한다. Typeface는 (많은 사람들이 '폰트'로 알고쓰는) Bodoni, DIN, Times New Roman, Helvetica와 같은 다양한 활자의 형태를 뜻한다. Font는 활자의 형태보다 더 세부적인 용어로 사이즈와 두께 같은 요소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Avenir Medium Oblique 30pt와 Avenir Heavy 30pt는 다른 폰트다. 

[IT 용어사전]의 폰트 font 정의는 다음과 같다 : 한 무리의 글자에 대해 통일적으로 정해진 글자형의 한 쌍정해진 크기와 서체를 갖는 한 벌의 활자이다. Adobe Typographic Terms에도 'One style, weight, and width of a typeface'로 정의되어 있다. 요즘 두 용어를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어떤 폰트를 사용하셨어요?'라고 물어본다면, 'Avenir Light 40pt'를 사용했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맞고 / '어떤 타입 페이스를 사용하셨어요?'라고 한다면, 'Avenir를 사용했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실질적으로 맞다. 타입 페이스는 보이는 심미적 형태(face)를 뜻하고, 폰트는 실제 사용하는 스타일과 두께, 너비의 특정 타입 페이스를 가리키는 용어인 것이다. (가수가 typeface라면, 가수의 곡들을 font라고 할 수 있겠다.)



/ Character & Letter

2021 Adobe Illustrator CC를 보면 적용 체계(hierarchy)가 Type > Character > Font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Adobe는 글자를 나타내는 가장 큰 개념으로 type(활자)를, 가장 작은 개념으로는 font(폰트)를 사용한다. 

그러면 가운데 끼어있는 Character란 무엇일까? Character는 typeface를 채우는 구성요소다. 알파벳의 letter, 숫자 digit과 다양한 문장부호가 모두 개별적인 character라고 할 수 있다.

Letter는 언어적 요소를 나타내며, 영문의 경우 대문자와 소문자는 동일하게 간주한다. 그래서 'A'와 'a'는 하나의 letter다. (이 개념은 나에게 매우 생소하여 Quora의 Language 섹션에 문의를 남겼고, 미국의 언어학 교수 Don Welty로부터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A' and 'a' are the same letter



# Typo & Typography

타이포 typo는 단어로 사용될 때는 오자(typographical error)라는 뜻이다. 예시로, 'I spotted three typos on the menu'는 '메뉴판에서 3개의 오자를 발견했어'라고 번역할 수 있다. 'Typo~' 와 같이 타이포가 접두사로 사용될 땐 '형태'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Typography는 활자 서체의 배열을 뜻하는 단어로, 포괄적으로는 글자를 다루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문자를 중심으로 한 레이아웃 혹은 구성적인 그래픽 전체를 뜻하고 있다. 

Behance Typography Section
" 타이포그래피는 까다로운 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체 크기와 적절한 분량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것을 만족시켰다. 이런 점에서 타이포그래피는 눈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눈을 뗄 수 없이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예술이다."  

- 오틀 아이허 Otl Aicher 




Type에 대한 관심은 일찍이 많아 2016년엔 매일 새로운 서체와 기념일을 소개하는 일력 '2017 Typodaily' 를 직접 제작해서 판매했고, 편집에 대한 욕심으로 관련 디자인 학원도 다녔었다. 지금까지도 북디자인 관련 책을 읽고 조판과 섞어 짜기 등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고 습득하며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하고 있는데, 관련하여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올려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의 글자 관련된 용어 정리는 타이포그래피 연구자이자 한때 내 교수님이셨던 '유지원'의 책 <글자 풍경>을 부분 참고하였고, 그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책과 논문, 폰트 회사의 블로그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추가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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