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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Oct 07. 2022

어서와, 뉴욕 미대는 처음이지? (1)

New York, New York

이른 아침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퇴사 후, 출국 전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비자와 입학 서류를 준비하고 짐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바빴는데 눈을 떠보니 출국 당일이 되어 있었다. 커다란 백팩 그리고 이민 가방 두 개를 끌고 터벅터벅 출국 심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나 갈게.”


마중 나온 엄마 아빠를 꽉 안으며 인사를 건넸다. 공항으로 오는 차 안에서도 전혀 안 울 것 같았지만, 인사를 건네는 그 순간에는 목구멍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물여덟이나 먹고 아이처럼 울고 싶지는 않아서 안간힘을 다해 입술을 꽉 깨물어 미소를 지었고 잠깐 집 앞 편의점 다녀오겠다는 것처럼 쿨하게 아주 짧은 인사를 전했다. 사실 난 그 순간 전혀 덤덤하거나 쿨하지 않았다. 덤덤한 척, 쿨한 척이었다. 당신들이 안심하고 걱정 없이 날 보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그런 척을 해 보였다.


출국 심사장 안으로 들어가 부모님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후에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결같이 내 편인 내 사람들을 떠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간다는 스토리 자체가 나에게는 슬픔, 감격, 두려움 그리고 설렘이라는 오묘한 조합의 감정을 안겨주었다. 이 요상한 감정을 속으로 정리하려고 애쓰며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고,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도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오갔다.


어느새 14시간이 흘렀고,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에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정말 뉴욕 땅을 밟고 있었다. 뭔가 모르게 센치해지는 감정이 들어서기 전에도 입국 심사, 가방 찾기, 기숙사에 안전하게 도착하기라는 미션이 있었기에 뉴욕 감성이고 뭐고 그저 긴장 상태였다. 입국 심사 대기줄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입국 심사를 마쳤고, 가방을 찾은 후 미리 예약해 둔 한인 택시에 몸을 실었다.


“주소 한번 확인할게요.”

“101 Ludlow Street 이요.”


우리 학교의 1인실 기숙사 건물은 뉴욕의 Lower East Side에 위치해 있었다. 곳곳에 작은 갤러리, 카페와 편집샵이 즐비해있는 힙한 동네였고 소호와도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참 아트스쿨 다운 기숙사 위치였다. 어느새 긴장도 풀렸고, 핸드폰에 저장한 뉴욕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Williamsburg 다리를 건너가는데 인천공항에서 느꼈던 오묘한 감정은 없어진 지 오래, 아주 큰 설렘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다. 직장인과 미대 입시생을 오가며 고생했던 지난 1년이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와... 나 진짜 뉴욕 왔네.’


맨해튼으로 들어가자 뉴욕 브이로그에서만 보던 풍경이 펼쳐졌다. 콘크리트 건물로 빼곡한 거리, Street과 Avenue의 이름이 적힌 도로 간판, 샛노란 택시, 유니크한 옷차림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 아니 뉴요커들.


2018년, 처음 마주한 뉴욕의 8월은 아주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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