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5분

관계의 행복을 소망하다.

by 나리

서른여덟

전체 인생을 두고 생각해 보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한국인 평균 수명을 88세라고 가정해 보면, 지금 어느 정도 와있을까.


오전 10시 5분.

미라클 모닝으로 새벽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도 아니지만, 하루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회사에 출근해서 회의하고 있을 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침에 이미 중요한 일을 끝내고 좋은 기분으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초시계는 흐르고 있다. 앞으로 내게 남은 생일 51번, 주말 2665번, 아침 18658번. 내게 남은 아침을 숫자로 마주 보니 실감이 안 난다. 남아있는 시간이 나직 많은 거 같다.

그래서 소중함을 몰랐나.


서른여덟의 오전 10시 5분에 서 있는 나.

나는 지금 0의 상태다. 기쁨도 0이고, 고통도 0이다. 쾌락과 고통은 한 끗 차이라고도 하던데, 나는 그 쾌락과 고통이 0인 상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껴진다.


친했던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1년 동안 부모님과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5년의 연애를 끝냈다.

작년 4월,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3일 전 또다시 이별했다


퇴사 후 6개월간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면 보낸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그 당시에는 체감 -10 정도였을까. 0인 지금보다 훨씬 암울했다.


그는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었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드디어 내가 찾던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3개월 만남 후 3일 전 이별 통보받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힘들다. 친한 친구들, 부모님, 5년간의 연애, 평생직장을 차례차례 정리해 가며 나를 찾으려는 노력 끝에 발견한 사람이어서 더 가치 있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혼자가 편하다고 여겼던 나에게, 사람과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준 그가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이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이별은 나의 잘못이다. 내가 가진 결핍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후회된다.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부모님을 미워하고 사회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는 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예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안 된다. 오전 10시 5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아침을 시작하면 된다. 인연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떠나가니 정신이 든다. 이렇게 살다가는 안 될 거 같다. 나를 바꿔야 한다!


나를 바꿔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제일 먼저 떠오로는 것은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것이었다. 나의 글을 보며 나의 문제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온 마음 담아 나의 변화를 소망한다.


관계에서의 행복을 소망한다.

더 큰 마음그릇을 가지기를

그리고 내가 가진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미래의 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