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Min 민윤정 May 09. 2017

Daum에서의 내 커리어 스토리

Adieu Daum - Daum 을 떠나며 썼던 글

2014.9.25 썼던 글을 옮긴 글입니다.


9월을 마지막으로 나는 Daum 을 떠날 계획이다. 


1995년 대학을 졸업하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프리랜서 겸 대학 CS 연구실 조교로 널널하게 살다가, Web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낸 회사. 나우누리 채팅으로 면접 일정 잡고, 당시 CTO 셨던 이택경님, '실장님'으로 불리던 이재웅님을 만나서, 너무 쉽게 입사를 결정했던 작은 벤처 회사가 바로 이 회사 Daum이었다. 당시 나는 Web/Internet으로 미디어(광의의)를 만들어 보겠다는 회사 비전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고가라 써볼 수 없어서, 눈팅만 하던 워크스테이션들이 즐비한 사무실 모양에 반해서, 바로 올 수 있습니다~ 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입사 후 2주만에 반납하는 대여장비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학보사 취재부장, 자연대 선전부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학생운동 언저리 출신이었던 나는, 창업팀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나, 미디어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컨텐트를 전달하겠다던 재웅님의 달변에 정말이지 '혹~' 했었다.

한 때, HTML, Javascript, Java, C++, C를 무슨 널뛰기하듯 섭렵하고, TCP/IP와 SMTP를 철근같이 씹어 먹으며, 랜선 까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개발자로서, 정말 어려울 때, 직원들 월급이, 내가 하는 SI(System Integration) Project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밤새 일하던 열정이 내 20대 찬란했던 기억이다. 월급이 안 나오던 시절도 있었지만, 돈이 좀 생기면, 직급이 제일 낮은 아르바이트생 월급부터 챙기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그 회사가 Daum이었다. 


운 좋게, Daum2K Project에 조인하게 되면서, 당시 한메일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몇 천만 유저들의 정보를 File System base에서 RDBMS로 이관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Data Architect, Platform 개발팀원으로 젊고 두려울게 없던 재능있던 Daum초창기 멤버들과 일할때는 우리가 아시아 최고였고, 세계적으로 내놔도 부끄러울 것 없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모르는게 나오면 열심히 원서를 읽었고, 잘 짠다는 사람들 소스를 읽었고, Code Inspection으로 서로 살벌하게 평가해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던 시절이었다.


Daum에서 남편도 만나고 이른 결혼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시댁이 있는 먼 군산까지 불러서 결혼식도 하고, 한달내내 집들이 신화도 만들었었던 기억도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그래~ 결혼 후 3개월은 내가 요리를 했었지! :)

그러다, 큰 전환점이 되었던 일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내게 카페 해보지 않을래? 라는 재웅님의 제안이었다. 당시 카페팀은 개발,디자인,기획, 마케팅이 모두 복합된 팀으로 정말 많은 친구들이 지금까지도 다음에서 주요한 리더로 성장했고 일했던 동지같은 동료들이었다. 카페, 블로그, 티스토리, TV팟, 위젯뱅크 같이 새로운 시도들도 정말 열정적이고, 멋진 멤버들과 시도해 보고, 플래닛 사업을 세게 말아 먹어도 보고, MIT Sloan의 멋진 프로그램 수강 후, 전사제휴, 자회사 임원, 기반 플랫폼 본부, 전사 전략, 사내벤처 발굴 육성 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해 본 것 같다. 

코스닥 상장으로 대박이란 이런 것이라는 체험도 해봤고, 많이 까먹지도 않아서, 나름 여유있게 살게 된 것도 정말 감사한 회사다. 이 회사는. MIT 라는 정말 혁신의 메카같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이 회사고, 다양한 업무를 해볼 수 있게 배려해준 회사도 Daum 이다. 


Daum을 떠나면서 걱정되는 것은 DaumKaKao의 미래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으로, 바뀌는 체계나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일이다. 스스로가 그럴 역할의 리더도 아니거니와, 나는  IT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미 성장한 IT기업의 올드 멤버나, 초창기 멤버들이 더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우리 업계가 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또 즐겁게 세상을 바꾸는 데, 더 오래,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한 회사에서 다양한 롤로 일해 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텐데, '회사'라는 실체, '경영진'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 '애증'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운한 순간도 많았고,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많았다. 스스로가 경솔하고 오만방자하게 생각했던 순간도 많았고, 내 회사가 아닌데 내 회사처럼 생각하는 '오버' 오너쉽을 가졌던 때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Daum은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의 한 획을 담당해 왔던 자랑스러운 브랜드이자 회사라는 점, 수 천명이 사회적인 책임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이익도 매년 수 백 억씩 만들어 내는 회사로 성장했던 회사라는 점. '나' 개인도 이 회사에서 청춘을 보내며, 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점, 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음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점이다. 


9월말 일로 Daum 소속이 사라지는 자연인으로서, 이제 바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멋진 Daum출신 선배로, 후배로 살아볼 작정이다. 실패할지도 모르고, 또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5년 후, 10년 후 이 선택에 후회가 없을만큼 열심히는 해 볼참이다. 하얗게 불태웠어~! 를 해보고 싶어졌다. 이 나이에!!!


Daum인들과 카카오 크루들이 브라이언과 멋진 리더들과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지금의 혼란과 어려움은 사람과 조직이 섞이면서 해결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 간 18년 내 경험과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충분히 그러리라 믿으며, 진심으로 DaumKaKao가 잘 되길, 더 멋진 회사로 성장하길 응원해 본다. 


Best of luck to DaumKakao! Adieu Dau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