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을 본 건
어느 해 겨울이었다.
매일 지나다니는 골목에서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연 하나를 보았다.
연은 길게 늘어진 실이 나뭇가지에 걸린 채,
하늘을 향해 몸부림치듯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나무에 걸린 연이
굴레를 벗어나
훨훨 날아가길 바랐다.
처량했다.
나 같기도 하고,
우리들 같기도 해서.
첫날엔
긴 실이 나뭇가지에 가볍게 얹혀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은 몸을 덜컥이며 떨었지만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남는 건 더 단단해진 매듭이었다.
그렇게 실은 조금씩 짧아졌고
연은 점점 더 흔들릴 수 없게 되었다.
세찬비가 연을 적시고, 뜨거운 햇빛이
연을 말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장마와 태풍을 견디고
한낮여름의 따가운 더위도 견뎌냈다.
가을이 되어 은행잎이 피었을 땐
노란 꿈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잎이 떨어지고
다시 겨울이 왔을 땐
연은 가는 몸통만이 남아 묶여있었다.
아니 묶여있는 게 아니라
가지가 된 것처럼 보였다.
벗어날 길이 없는 연은
본인이 나무가 되기를 택한 것 같았다.
바람을 원망하지도
나뭇가지를 탓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가만히 올려다보면, 이제는
그저 나무의 한 조각처럼 보일 뿐이었다.
언젠가 실이 끊어질 거란
내 예상과는 달리 연은
아픔과 고통을 감내하고
연이 되기 전 본디모습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었다.
나는 힘들 때면 가끔 그 연을 떠올리며
어쩌면 나도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비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견디고 나면
나도 멋진 나무가 될 것이라고.
그러다 세찬바람이 불면
잠잠히, 바람을 흘려보낼
그런 여유도 생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