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닿는 것
말이라는 것은
자신의 진심을 아무런 오해나 왜곡됨 없이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도구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생각이나 감정을
그것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
선택하고 문장 속에 적절히 배치한 후
말로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생각은 말을 거치면 균열이 생긴다.
그것은 너와 내가 가진 단어가 다르고
그 단어를 쓰는 용도가 다르고
문장을 해석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마음은 쉽게 비틀린다.
단어 하나, 어조 하나,
심지어 조사의 위치마저도
진심을 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때도 있다.
단어는 진심을 담기엔 너무 얇고
오해는 늘 그 얇은 틈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말 너머를 읽어야 한다.
단어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니라
그 단어를 꺼낸 사람의
눈빛, 망설임을 봐야 한다.
때때로 나는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얼마나 벅찬 것인지 느낀다.
적절한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침묵을 선택하는 순간이 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때도 있다.
오해는 짧은 순간에 태어나지만
그 오해를 거둬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조차, 해명조차
마음이 닫힌 사람 앞에서는
허공을 맴돌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이유는
말을 너무 믿기 때문이고,
그 다툼을 풀어가는 방법은
무작정 대화하기보단
서로의 진심을 생각해 보는
질 좋은 침묵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 속에서
진심은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