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사전

by 작은나무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눈이 많이 내리는 어느 나라에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많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한 민족이 가지고 있는 단어로도
그들의 삶과 문화, 성향이
어느 정도 결정될 수도 있겠구나.


예를 들어,
축제, 파티, 유흥과 같은
즐거움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풍성한 나라라면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려 있지 않을까?

반대로,
그런 단어가 생소하거나 드문 사회는
조금 더 내면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워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우리나라 사전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긍정과 부정,
그 이분법 속에서 언어를 재단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과연
우리말에는 긍정적인 단어가 많을까,
부정적인 단어가 더 많을까?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단어들을 만들어내고,
어떤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고 있을까?

뉴스에서, SNS에서,
일상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과 가치들을
‘단어’라는 그릇에 담고 있는 걸까?




개인의 차원으로 좁혀 보면,
국어사전에 실린 모든 단어를
다 알고 쓸 수는 없지만,
내가 입에 담는 단어들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어떤 말을 입에 올리는가.

슬플 때,
누군가를 위로할 때,

화가 났을 때,
스스로를 다그칠 때,

나는 어떤 표현들을 쓰는가.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
나를 구성하는 ‘기본값’ 같은 단어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망했어.”
“역시 안 될 줄 알았어.”
“난 원래 운이 없어.”


혹시, 이런 말들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의 끝에서 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내 아이.

나는 아이에게
어떤 단어들을 주고 있을까.

화를 낼 때,
격려할 때,

일상 속에서,
잠자기 전 나지막한 인사 속에서

내가 무심코 던진 말들이
그 아이의 마음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가 살아갈 세계는
그렇게 내가 남긴 단어들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를 물려주고 있는 걸까.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진심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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