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는 새들이 나뭇잎 속으로 숨어들고
부지런히 울어대던 벌레소리가 잦아들면
한 방울씩 비가 떨어집니다
간혹 지나가는 뱃고동소리만 빼면
아주 고요한 세계입니다
바다와 하늘은 원래부터 하나인 것처럼
예쁜 푸른색을 띱니다 하얀 도화지에 갖가지 푸른 계열의 물감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수채화 같습니다
배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고서야
' 아 맞다 저긴 하늘이 아니고 바다였지'
하고 알 수 있을 만큼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습니다
이곳 바다는 그렇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쨍한 색깔이 아닌..
누군가 물감을 흐릿하게 쏟아부어
적당히 그러데이션 된.
날카로운 도구가 아닌 부드러운 목탄으로
스윽 스윽 그린 것만 같은.
사진으로 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빛은 찍혔지만, 온도는 담기지 않았고
색은 남았지만, 여운이 빠져 있습니다.
평화로운 풍경 속,
나는 자꾸 어딘가를 향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서 살짝 비켜서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을 한참 바라보고서야 깨닫곤 합니다.
‘아, 이건 그냥 평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