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찌
일단 내 입엔 술이 맛없다. 쓰기만 할뿐..
소주 같은 알코올 맛은 정말 싫고 맥주는 톡 쏘고 시원한 게 왜 먹는지는 알겠는데
딱히 자의적으로 먹고 싶진 않달까. 안타깝게도 몸에서 받지도 못한다.
취하기도 전에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속이 메슥거리고 다 토해낸다.
알딸딸해 기분 좋고 나를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런 몸의 힘듦을 이기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난 맨정신에도 나를 잘 놓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기억이 많다. 맨정신에 울고, 맨정신에 들뜨고,
맨정신에 고백하고, 맨정신에 차이고, 맨정신에 아파하고..
취하지 않아도 필름 끊기는 것 외의 모든 게 충분히 가능한
나의 지나치게 어마무시한 뻔뻔함과 솔직함.
이 뻔뻔함과 솔직함이 가끔은 무섭고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