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찌
분명 우리는 밥도 많이 먹었고, 진지한 이야기도 나눴고,
나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너의 이야기를 들어줬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넌 가끔씩 같이 술 마시는 애들이랑 더 친한 것 같더라.
나는 모르는 이야기, 나는 모르는 장소, 나는 못 봤던 너의 어떤 모습.
역시 밥과 커피로는 부족했나 보다.
드라마에서 착한 서브남주가 좋아하는 여주한테
밥 사주고, 웃겨주고, 아무리 잘해줘도 정작 여주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주랑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처럼.
뭘 대단히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배신감이라고 하기엔 투머치고 조금 섭섭하달까.
하지만 그 여주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주랑 있을 때 진짜 행복한 것처럼
너도 술 마시는 애들과 있을 때 행복해 보여서 나는 섭섭한 마음을 절대 티 내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