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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묫길

발뿌리에 걸리는 억새꽃 당신

by 정이안

성묫길





한숨 메어 두고 떠나신 밭둑길

십여 년 하루같이 그 길은 평안하오


산머루 익어가는 후미진 계곡마다

발뿌리에 걸리는 억새꽃 당신


다섯 골짜기 웃음 마다하고

어두운 그곳에 햇볕 끌고 가시었소

부서지는 달빛 흔들며 가시었소


아주 가끔 길을 걷다가도

눈 뜬 채 부둥켜안고 뒹굴어도

아니 꿈만 못한 학꿈이라오


모든 일은 끝이 있는데

알처럼 둥근 집을 향한 다가섬에는

돌아올 길이 없다는 것을요


찔레 덤불 속 몸 작은 텃새가

늦은 깨우침인걸 나, 이제야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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