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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방초 경전

풀꽃의 일생, 놀라워라

by 정이안

노방초 경전



몸뚱아리 작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놓아버릴 생각만 하던 내가

갈라진 보도블록 틈새에서

허공 밀고 올라오는 작고여린 풀을 본다


자주내리지 않는 비여도 살아남은 저 끈기

끝끝내 몸 안 어디에 생의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일까


어쩌다 횡포의 발에 짓밟힐 때에도

입 앙다물고 뜬 눈으로 올려다보는 눈

꺾인 뼈마디 끝끝내 일으켜 세우고야 마는

풀들의 발버둥은 애절하다


한 번 내린 뿌리 옹골차게 여문 씨를 날리고서야

마감하는 풀꽃의 일생, 놀라워라


힘들어하던 삶이 너로 인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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