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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꾸러미

지는 노을에 머리 감으며

by 정이안 Jan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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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꿈





팔자에 없는 시를 쓰다가

멍울진 가슴을 데리고

저무는 해를 따라

나 서쪽으로 걸어간다


찾아간 채석강에는

되살아난 이태백이 밤새워 쓴 시를

채곡채곡 쌓아 둔 것인가


육신 팔아 나랏밥 먹으며

손에 밴틀리 핸들 잡았다 해도

돌아가는 길은 우둘투둘 상여길 아니던가


마지막 벼랑에 이르고 보니

덜커덩 멈출 수밖에 없는

여기가 변산의 끝이었던가


괜시리 물에 뜬 달 잡으려다가

물귀신이 될 수도 있으니

나, 이쯤에서 슬그머니 등 돌려

지는 노을에 머리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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