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안 가두어둔 부싯돌 꺼내
다시 첫 꽃을 위해
민낯인 봄바람에게서
우는 가슴을 훔쳐낸 기억이
아무렇지 않게
눈웃음 친다
외줄 위를 숨죽이고 잘도 걷던 당신은
내 차가운 입술 위에서
얼씬도 서성이지도 않는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날이면
수없이 뭉개버린 그림자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꽃이 머문 자리는 상처가 남지만
그래도 더없이 좋았던 기억 하나를 붙들고
언제 쯤 작은 불씨 당길까
품 안 깊숙이 가두어둔 부싯돌 꺼내
겨우내 말려두었던
산수유 가지에
탁탁 두드려 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