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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첫 꽃을 위해

품 안 가두어둔 부싯돌 꺼내

by 정이안



다시 첫 꽃을 위해





민낯인 봄바람에게서

우는 가슴을 훔쳐낸 기억이

아무렇지 않게

눈웃음 친다

외줄 위를 숨죽이고 잘도 걷던 당신은

내 차가운 입술 위에서

얼씬도 서성이지도 않는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날이면

수없이 뭉개버린 그림자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꽃이 머문 자리는 상처가 남지만

그래도 더없이 좋았던 기억 하나를 붙들고

언제 쯤 작은 불씨 당길까

품 안 깊숙이 가두어둔 부싯돌 꺼내

겨우내 말려두었던

산수유 가지에

탁탁 두드려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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