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서리하기

품은 붉은 씨알은 합장한 손 풀지 않는다

by 정이안

무화과 서리하기




초록 피부 속에 달콤한 비밀 키우려

햇살에 눈 맞추길 여러 번


긴긴 면벽 수행 중이던 한 사람이

앙다문 이빨로 실 같은 햇살 당겨놓고

깊은 곳 향기 키우기 위해 입술소리로

쉿!을 외친다


바람도 눈치 채지 못할 산통

홀로 조용히 품은 붉은 씨알은

합장한 손 풀지 않는다


입에 풀칠도 못 하는 더위에 수행은 무슨 수행이냐며

세속에 물든 쑥덕거리는 이웃들에게

무화과 그녀의 응수는, 묵묵부답이다


깨달은 척 손바닥 하늘로 펼친 자는

치아 허물어진 잇몸 오물거리며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듯

슬그머니 목구멍 너머로 달콤함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