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도우라고 말한 뒤
케이토를 침대에 눕히고는 나도 저녁식사를 위해 내려갔다.
식사를 마친 후, 매번 설거지 스스로 하겠다는 야미에게 미안해져서
와인도 한잔 걸쳤겠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야미의 말동무가 돼주고 있었다.
야미는 말했다.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랑 같이 오고 싶었는데, 한국을 떠나기 싫대요."
그녀는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나와 내 와이프의 장거리 연애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우린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오를 침대에 눕혀주고
다시 내려온 와이프가 이 모습을 보더니
이야기를 같이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는
2층으로 올라가자는 와이프.
뭔가 이상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하는 아내.
"베이비시터야, 사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
고용한 사람과의 선을 지키라고
말하며 화를 내는 아내의 모습에
나는 억울했다.
그저 잘 적응해 주길 바랐고
나의 예전모습이 떠올라서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었다.
다른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와이프의 말에
그냥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날 이후로
왜인지 조금씩 내 성에 차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베이비시터 야미를 보면서
나는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
.
그 무렵 주말에 사건이 터졌다.
야미를 데리고
가족 모두 함께 초밥을 먹고 아이들 미용실에 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야미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오가
돌발행동을 해 차에 치일 뻔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그 일 이후 베이비시터는 위축된 듯 보였다.
게다가 영어도 생각보다 더 서툴러서 소통이 어려웠다.
난 조금씩 믿음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
.
저번에는 분명 아이들의 빨래는 내가 돌릴 테니
건조대에 걸려있는 옷이 다 마르면
정리만 해달라는 나의 말을 무시라도 하는 듯
집에 오면 여전히 빨래가 그대로 널려있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보이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이해가지 않는 답답한 행동은 계속 됐다.
.
.
아내가 아이오 아침으로 오트밀을
주 1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듣고는 기가 막혔다.
이런 것까지 우리가 가르쳐야 하나?
오트밀죽을 안 먹어봤다고..?
문화차이로 생기는 갈등은 점점 더 쌓여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