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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Apr 13. 2022

우리 문체가 달라졌어요..!

본격 언론고시 입문: 논설문 트레이닝.

어떤 글이 잘 쓰여진 글일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 맞게 쓰여진 글이 독자에게 하여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평가를 담보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사 입사 시험의 일환인 논술시험은 특이하다. 신문 사설의 뼈대를 갖춘 동시에 사안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이전에는 신문 칼럼의 형태로 글을 쓰는  좋은 줄로 알았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란 신문사설과 같이 명확한 사실관계와 깔끔한 문장력이란  깨달았다.


“형용사는 모든 문장의 적이다.”

출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만, 논설문을 쓰는 데 있어 이만큼 적확한 명제가 또 있을까 싶다. 소설 <캐치 22>에서 주인공들이 월남 파병 군인들의 편지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지우는 일을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위의 따옴표 안 문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직접 써보고, 첨삭해본 논설문들을 들어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편의상 서론만을 인용한다.


#1.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하여,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라.


(Before)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탈냉전기 강대국들에게 ‘골목대장’이 되라고 권한다. 그 누구도 확실히 패권을 장악하지 못한 다극 체제에서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골목대장들은 서로의 이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에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했기에 거래가 발달했고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위태롭게 유지되던 이 규칙이 파산했음을 보여준다. 이 게임 규칙 아래에서 몸집을 키워온 한국에게는 큰 도전이다. /


(After)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적 상호의존주의, 국제정치적 자유주의의 규범이 파산했음을 보여준다. 탈냉전기를 수놓았던 세계화와 자유무역 경제가 지정학적 야욕과 재래식 군대의 침략 앞에서 무력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규칙 아래에서 성장한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외교안보적으로나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


#2.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하라.

(After)

한반도 핵 위기가 5년 만에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ICBM 발사를 강행하며 자체 모라토리엄을 폐기했고 7차 핵실험의 징후마저 포착되었다. 이제 북핵 문제는 미·중 신냉전의 하위 변수로 편입되고 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한국 외교안보의 최우선 목표와 관심 지역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동북아시아 세력균형 외교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외교의 병행이 필요하다. /


#3. 내년도 최저임금 제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하라.


(Before)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지난 5일 열렸다. 이번 결정은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 최저임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와 최근 상승세를 거듭하는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또는 동결은 시기상조다. 심화하는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고용 불안정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일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 /


(After)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할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와 최근 상승세를 거듭하는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또는 동결은 시기상조다. 심화하는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고용 불안정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일괄적인 인상이 필요하다. /



이 브런치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 신문 사설의 형태를 갖춰가고 있나요? 더 열심히 갈고 닦아서 ‘논설위원으로 점찍어 놓은 신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임.

저널리즘스쿨 지도교수님의 매너에 배움을 얻는다. 지도교수님께서는 “이렇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글을 손 봐주신다.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라는 표현을 늘 첨삭본 맨 처음에 써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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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분의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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