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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May 23. 2022

타인의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법.

지극히 세속적인 마인드컨트롤 방법.

아이언맨의 수트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강력해진다. 새로운 장착방법, 무기체계가 매번 업데이트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가 상대하는 빌런의 힘도 강해진다. 어쩌면 이것은, 삶의 이치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게 많아지고 단단해질수록, 내가 상대하는 세상의 역경도 그만큼 강고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약하다고 착각하며 좌절한다.


살다보면, 우리는 원치 않는 감정과 상황에 빠지게 된다. MBTI니 뭐니 하며 ‘외향형’, ‘내향형’ 나뉜다 해도 우리는 종종 번잡한 길거리 속으로 내던져지기도 한다. 또 유탄에 피격되듯이 상대가 부리는 짜증이나 감정적 미숙함에 상처를 입는다. 내가 나약해서도 아니고, 잘못해서도 아니다. 그저 나는 그 상황맥락 속에 서있었을 뿐이다.


#1.

옛날, 인도의 어느 마을에 늙은 걸인이 한명 있었다. 이 사내는 집집마다 돌며 구걸을 했는데 어느 날은 마을에서 제일 부잣집으로 향했다. 그 부잣집 주인은 동네에서 소문난 구두쇠이자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노인은 부잣집 대문을 두드리며, 밥동냥을 했다. 어김없이 부자는 대문 앞에 나와 노인에게 오물을 던지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그 노인이 묵묵히 있다 물었다.

“이보게, 만약 자네가 친구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 친구가 한사코 거절을 한다면 그 선물을 누구의 소유인가?”


“내 품 들여서, 내돈으로 산 물건이니까 당연히 내 것이지!” 부자가 성을 내며 답했다.


“맞네. 이치가 그러하듯이, 나는 방금 자네가 나에게 던진 오물과 욕설을 받지 않겠네.” /


육군 훈련병 시절, 일요일에 열린 불교 종교활동 시간에 들었던 일화다.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선임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면 어떡하냐는 훈련병의 질문에 군종장교가 답변으로 갈음한 일화였다.


지금에도 나는 그 군종장교의 피부색과 사투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상대의 감정적 잔여물에 상처를 입거나 그로 인해 화가 날 때면 이 일화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래, 그건 당신 몫이다. 당신의 감정을 나는 받지 않겠다. 실컷 해봐라.


#2.

유튜브의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어떤 강연 영상을 보았다. 대략 기억하자면 회사원 사회생활에 대한 팁을 전수하는 내용이었다. 그 강연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가 한 말을 (각색하여) 기억하고 되새기곤 한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자기만의 구덩이에 빠져서 너도 여기에 같이 빠져보라고 안간힘을 다 쓰는 사람들이 있어. 너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그 구덩이에 같이 빠지지 않을거야. 세상 행복하게 즐기며 살아도 짧은데 내가 왜 거기에 같이 빠져서 굴러야 해?” /


맞는 말이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성수동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예쁘고 멋지게 꾸민 사람들로 북적였다.


처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그런 모습이 주는 긴장감과 포장이 숨을 죄여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장면들을 보는 내 생각이 바뀐 것 같다. 평일 밤낮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상관없이, 날씨 쾌청한 5월의 주말 저녁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젊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에 나도 있다.)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재밌게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래, 금방 지나가는 이 시간들, 누군가의 구렁텅이에 함께 빠져 힘들어할 겨를이 없겠지. 가뜩이나 앞둔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 .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나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마음이 정화된다. 이게 바로 글쓰기를 하라는 이유인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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