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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Aug 28. 2022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지리대전>을 읽고.


유럽 육지의 풍경이라면 동아시아는 바다의 풍경이다. 바로  점이 20세기와 21세기의 중요한 차이다.”


첫문장부터 압도적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이 문장에 압축되어 있다.


20세기에 두차례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유는, 유럽 대륙이 역사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육지는 우발적인 도발과 무력 침략에 용이한 곳이다. 접점이 많아질수록 갈등의 소지 역시 많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바다는 ‘물의 억지력 stopping power of water’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군은 의지를 투사하는 데 오래 걸린다. 그리고 해군이 대양을 가로지르는 시간은 외교관들에게 협상의 여지를 열어준다. 21세기의 주무대가 동아시아와 남중국해이지만, 열전 대신 끊임없는 세력균형 줄다리기가 아슬아슬하게 지속되는 이유다.


사실상 책의 앞부분에 주제의 대부분이 담겨있다. 서구의 지식인, 언론인들의 이상과 달리 동아시아는 노골적인 힘과 공포의 무대라는 메시지가 시종일관 눈에 밟혔다.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정치적 원동력은 ‘민족주의’와 ‘세력균형’인데 유럽이 철 지난 생각으로 치부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물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신기한 논지였다. 동아시아는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로 나뉜다.

이미 육지 국경선이 확립된 동남아시아에서는 바다로의 확장을 두고 각축한다. 반면 동북아시아의 주무대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국경선이 잠재적으로 바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바다보다는 육지에서의 군사력 경쟁이 불거진다는 것이다. 한국군 특유의 육군 편중 현상 (ex. 포방부)에 납득이 가는 대목이었다.


한편,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고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핵심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소한 대만해협과 오키나와까지 투사할 수 있는 해군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감했다. 경항공모함, 상륙함, 핵잠수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저자 로버트 캐플런의 명성은 <지리의 복수> 등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지리의 복수>는 너무 어려운 지명 등이 어지러워 읽다 멈췄는데, 이번 <지리 대전>은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해서 생소함이 덜 했다.


최근 언론사 논술시험을 대비하며 예상논제들을 쭉 뽑아보고 있는데, 어느 회사든 ‘경제안보’ 내지는 ‘반도체 기술패권’ 등이 나올 거 같다. 다만 문과생에겐 만만치 않은 용어가 난무하는 주제다..ㅜㅜ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인류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건 결국 ‘지리’적 조건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던가. 인간은 결국 “주어진 지리적 조건대로 생각하게 되는 존재” 아닌가 싶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지리대전 #로버트캐플런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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