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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Aug 28. 2024

별거 10년째(17)

드디어 그에게 이혼을 말하다...

나는 별거 후 5년 넘는 시간 동안

이혼하자는 말은커녕

별거를 결정한 날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원망한다던지

나 홀로 육아하고 힘든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던지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그가 보내주는 월 100만 원이 너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딸이 사립고등학교 들어간 후

나는 돈을 더 많이 보내주기를 부탁했고,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야호^^

그의 예민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돈이 끊길까 두려워

카톡은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ㅎ 아이들의 상황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던 별거 6년이 지나갈 즈음

몸과 마음, 생활의 안정을 찾은 나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에게 이혼하는 것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연락을 한 것 같다.


그는 여전히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었다.

귀국하지 않은 것이

자신의 폭언과 폭력이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내게 배신당하고 자신은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원래부터 귀국할 의사가 없었고

별거를 결정한 그날 밤의 일은

귀국하지 않을 좋은 기회였지 않냐는 듯이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귀국할 생각이었고

그 날밤의 일이 없었다면 귀국했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그는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그날 밤의 일에 대한 진지한 사과도 없었다.

예상대로였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공황발작이 올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오랜 별거기간 동안 그에게 내 시간을, 내 마음을 나누어주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복수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나 홀로 육아하며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알레르기 질환, 아토피, 공황장애 등으로 오랜 시간 고생했지만 단 한 번도 그를 찾거나 상의하거나 의지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존재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 것을 택했다.
가장 잔혹하고 차가운 내 표현이었다.


사랑한다면, 가족이라면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는 가스라이팅 하던 그...

무능력하니 애들 키울 자격 없다던 그에게

별거 후에 나는 내가 이렇게 너 없이도 잘 살아내고 있다,

결국은 취직했고 박사 땄고 교수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말言語이 아닌 ,
 그가 없는 인생을 풍성하게 살아내는 것으로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내 인생 어느 부분도
네게 좌지우지되지 않을 테야


나는 슬플 만큼... 그와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싶은 의지가 없었다. 애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

내가 가장 비참하고 힘들 때, 그를 찾고 싶지도 의지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인생의 반려자이며 파트너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혼생활인가...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그래요, 맞아요.

남자아이에게는 더욱 아빠가 필요하다고? 음...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부는 맞을지도 몰라요.

아무리 그래도 한부모 가정보다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이 더 낫다고?

음... 케이스바이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요...;;;;;;;


혼자 살기 외롭지 않냐고?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공부하고 일하다 보면

그런 감정은 느낄 새도 없었다.

이 곳에도 내 사람들, 내 커뮤니티가 생겼다.


게다가 이미 나는 경제적으로 거의 독립했고...


도대체 그와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친정가족들도 내게 어떠한 상처되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존중해 주셨다.

내가 이혼한다고 해도 그러실 분들이다.


사회적 시선? 풉... 아이고... 이건 정말 아니다.


하지만  

내 목에 가시처럼 박혀서 이혼을 망설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성경말씀 때문이었다.

믿음, 종교가 없으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많이 고통스러웠다.

기도하면 용서하라고 하실 것 같아서... 기도하는 것조차 긴장이 되었다.

하나님께 사랑을 듬뿍 받은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수백억 로또 맞아 놓고 남편에게 한 푼도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요한일서 4장 7-11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일년에 몇 번~

일본 친구들과 학생들을 위해

김밥을 쌉니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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