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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Jay Nov 20. 2024

이놈의 일 때려치우고 싶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 온지 벌써 만으로 15년이 넘었다.  웬만큼 경험도 쌓였고 하는 일도 자리가 잡혔지만, 가르치는 일이란 게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라 보니 학기마다 다른 학생들의 성향과 필요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맞는 수업 준비를 하는 건 항상 큰 챌린지 중의 하나다.

매 학기, 각양각색의 삶과, 문화, 환경, 교육, 경험, 사고방식이 다른 50-60여 명의 학생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성향, 목적을 가지고 교실에 모인다.  어떤 이들은 자국에서 공공 교육을 잘 마치고, 고등교육을 경험하였으나, 단기 영어 연수을 위해 그 교실에 들어서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차피 영주권이 있고, 할 일도 없고, 영어교육은 정부의 무상보조를 받으니 이참에 설설 영어 공부나 해볼까 싶어 등록하고, 어떤 이들은 풀타임으로 등록해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를 받기 위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생각으로 그 교실에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시험을 통해 비슷한 레벨로 맞춰 반 배정을 해 놓는다고는 해도, 그들의 L/S/R/W 영역별 실력이나 학습 능력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단기 영어 연수 자들과, 교육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난민 출신 이민자들의 학습능력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영어를 향상하겠다는 공통분모 외엔 구체적인 목적이 다들 틀리고, 배움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치도 각양각색이다.  


영어 교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뉴질랜드에 왔을 때도,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교실에서 이런 다양한 환경과 배경의 학생들과 마주칠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자신들의 모국어를 읽고 쓰는 것조차 버거운 난민 출신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난 벽에 부딪치곤 한다. 단순히 게으르거나, 공부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부모님이 유학을 보내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나오는 유학생들은 말하기 듣기가 약한 반면, 어휘, 읽기,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다. 반면, 난민 출신 학생들은 말하기 듣기에 강하고, 어휘, 문법,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설명을 가능하면 더 쉽게 하려고 노력해고 수업자료도 최대한 쉽게 준비를 해도,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어한다. 더구나, 가족들과 본인의 건강문제, 애들 학교, 과외활동 픽업, 병원, 정부 기관과의 미팅 등등 수업을 빼먹기 부지기수인 데다, 집에서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점점 더 뒤처지기 마련. 결국 시험을 통과 못하고 다시 같은 레벨을 두 번, 세 번씩 반복하게 된다. 학기 마지막에 독해, 작문 시험을 통과 못하면, 결국 그 화살은 선생들에게 돌아오기 마련. 매니저나 디렉터는 왜 이 학생들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는지 선생들에게 설명하라 하고, 학생들은 왜 자기들이 통과 못했는지에 대해 지난날의 본인들의 노력과 학습자세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는 선생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튀어나온다.   결국 이래 저래 양쪽에서 치임을 당하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힘들게 일하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원망과, 질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가며, 언제부터인가 이건 내가 감당하기 너무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열심히 잘하는 학생들도 있고, 그들 때문에 나는 아직도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난 자주 아니 늘, 공부에 대한 기본적이 자세가 되어 있지 않거나,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해도 된다거나,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스스로 본인을 돕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왜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그들의 영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처절히 노력하는지에 대해, 선생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가끔은 슬프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이 일이 많지도 않은 돈벌이에, 그냥 해야 되는 일이 되어 간다는 사실이..... 그리고 가끔은 후회한다. 영어 말고, 다른 공부를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회계, 법, 비즈니스... 그 많은 공부 중 나는 왜 늘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는 영어를 내 직업으로 선택한 것일까.... 언젠가 그 답을 찾을 수 있기는 하는지... 오늘도 나는 양쪽에서 치이고, 받치며, 새우 등 터지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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