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와의 갈등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어쩌다 나는 올해부터 다른 매니저가 관리하는 팀으로 옮겨졌다. 짐작건대, 이대로 자기 팀에 두었다간 올해도 본인이 피곤할 거 같으니, 다른 팀으로 옮긴 게 아닌가 싶다.
어쩌다 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선생으로 낙인이 찍힌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뭐 그다지 상관은 없다. 난 웬만하면 매니저가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인데…. 단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Annual leave 나, PD leave에 관련된 일들은 참지 않고 끝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끌어가려고 맞서는 거 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못하는 게 없다. 매니저가 내가 수긍할 만한 이유를 대지도 못하면서 권위만 내세우는 상황을 한 두 번 경험한 것도 아닌데, 난 매번 부르르 하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잘잘못을 따져야 속이 좀 풀리는 못된 성격이라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싫을 만도 하다.
오늘일만해도 그렇다. 일의 발단은 학기 중 빼고 방학기간에는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센터의 방침에 따라, 이번 금요일은 집에서 일하기로 마음먹고 매니저에게 월요일 이메일을 보내 놓았다. 금요일은 집에서 일할테니, 문제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수요일, 일 끝날 때까지 아무 답장이 없길래, 문제없는가 보다 하고 목요일 공휴일을 보냈다. 문제는 금요일. 오전부터 시간 맞혀 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던 나는 2시 쫌 넘어 매니저의 이메일을 받았다. 오늘 일하는 거냐고, 왜 오피스에 없냐고… 내가 보낸 이메일은 답장도 안 하고, 이건 무슨 뜬금없는 얘긴지. 월요일 보낸 이메일 스크린 캡처해서, 못 보았는가 보다, 월요일 이메일 보냈었다 하니, 그 이메일이 길어서 끝에 있던 부분을 읽지 않았다며, 집에서 일하는 건 매니저의 허가를 받고 하는 거라는 경고성 맨트를 보내왔다. 기분 나빴지만, 난 힘없는 일개 선생이니, 또 답장 없는 매니저에 기분 나빠 일부러 나도 무시하고 더 확인 안 한 부분도 있으니, 내가 잘 못한 건 쿨하게 인정하자는 마음에 다음에는 이메일 보내고, 다시 매니저와 확인하고 집에서 일하겠다 하고 이메일로 마무리했다.
근데 오후 내내 찜찜하고 기분이 나빴다. 처음부터 이메일을 꼼꼼히 읽지 않은 건 본인의 잘못이고, 그 이메일에 대해 받았다, 된다 안된다 답장도 안 한건 잘 못이 아닌가? 왜 본인이 잘 못한 건 인정 안 하고, 내가 잘 못한 부분만 지적질이지? 지가 매니저면 직원이 보내오는 이메일은 읽어보고, 적어도 받았다는 답장 이메일이라도 보내는 게 예의가 아닌가? 그냥 무시하고, 답장이 없길래, 나도 무시하고, 이미 알려줬으니 난 집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건데. 이럴 때마다 이 놈의 직장을 나녀야 하나 우울해진다. 본인들이 뭘 잘 못하는지에 대해 일말의 반성도 없고, 다 선생들 탓으로 돌리는 매니저들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욕망이 끓어오른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선생들의 시간 관리, 업무관리하는 것도 있겠지만, 선생들이 수업이나 학생 관리를 더 잘하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선생들의 입장에서 편의를 봐줘야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 아닌가라는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건 안다. 난 진짜 리더다운 리더 밑에서 내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을 뿐이다. 방학 때는 자유롭게 집에서 일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다른 센터들과는 달리 집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을 일주일의 하루로 제한하며, 2주일의 Professional Leave를 혹시 일 안 하고 휴가로 쓸까 겁내하며, 왜 쓰는지 하루하루 해명하는 서류를 작성해 내게 하며, 그럼에도 웬만하면 잘 안 내주려고 기를 쓰는 태도, 그런 것에 환멸을 느낀다. 같은 센터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선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안에 놓고 감시해야직성이 풀리며, 그렇게 긴 시간을 일했으면, 누가 어떻게 일하는지 정도는 파악이 됐을 만도 한데, 아직도 선생들을 못 믿고, 초짜 대하 듯하며, 모든 선생들을 뭔가 더 가르쳐야 하는, 다그쳐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본인들이 잘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이 그런 거고, 선생들이 잘 못하는 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머 찍어 누르려는 태도. 이런 것들이 다 능력이 부족한 리더들의 예라는 것쯤 본인들은 아직도 자각을 못 하고 있으며, 그래도 매너저라고 고개 뻣뻣이 들고 자랑스럽게 권위를 내세우니,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진짜 그렇게 밖에 일을 못하는 건가 라는 의문이 잠깐 들었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아니 그렇게 일하기로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라는 결론에 다달을 때쯤이면, 그나마 안쓰러워할 여지도 없어진다. 그냥 그렇게 살라고, 겉으로는 상사라서 대접받는 줄 알지만, 속으로는 다들 무시한다는 걸 알면서도 저러는 거....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니, 내가 뭐라 그럴 건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계속 내 권리를 주장하며 싸워 나가는 수밖에. 잠깐 마음이 우울했고, 그냥 쭈그려 들어야 편한 직장 생활이 되지 않을까 간간히 약한 마음이 들었었다. 이제 좀 편히 살고 싶다고…. 근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미 박힌 미운털, 나는 그냥 끝까지 내 길을, 내 주장을 굽히지 않으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계획했던 대로, 금요일을 집에서 일했고, 본인의 컨트롤 밖에 있어, 불편했던 건, 내가 아니라 매니저 본인이었을 테니, 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다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내 일에 대해 확신이 있고, 최선을 다 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매니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그런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정치를 잘해, 문제없이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그런 주변머리도 없고, 타협할 생각도 못 하니, 그냥 늘 하던 데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위헤 끝까지 싸우겠다고, 새 해 들어 다시 전투력을 끌어올려 본다. 나의 목표는 그런 toxic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저 매니저들 먼저 내보내고, 이 직장에 남겠다고. 이곳은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우며, 나를 발전시키는 나의 소중한 터전이니까. 다른 이유가 아니라면, 그런 toxic 씩 매니저들 때문에 내가 이곳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ot only will I survive, but I will also th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