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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Dec 01. 2020

배려와 오지랖은 다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오지랖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거나, 정확하게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의외로 많다. 그중에 하나가 배려와 오지랖이 아닐까 싶다. 배려(配慮)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오지랖은 순 우리말로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뜻하는데, 오지랖이 넓으면 그 안의 옷을 다 가리게 된다. 따라서 남들 앞에 나서서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참견하며 따지는 모양새가 이와 닮아서 "이 일, 저 일에 관심이 많고 참견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오지랖이 넓다"라고 한다. 직장생활에서 내 입장에서는 도움을 주었던 것인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배려있는 사람"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직장생활이 힘들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나름 상대방도 공감할 수 있는 '배려'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내 입장에서, 내 기준으로 '배려'라고 생각했고, 상대방이 고마워하지 

않거나 피드백이 없거나,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고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서운해하고 상처 받고 그렇게 말이다.



나는 배려였는데, 
상대방은 오지랖이라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머릿속에는 늘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나를 누르고 있었다. 주니어일때는 나의 사수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책임자 등 상사를 잘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시니어가 되어서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좀 더 성장하고,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리더로서 철저히 관리 및 가이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직장생활의 기준이었다. 나아가 팀원들이 잘 성장해서 이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우선순위는 조직과 업무였고, 그렇게 나만의 배려는 시작되었나 보다.


똘똘한 후배와 일하게 되었다. 말도 똑 부러지고 상황에 대한 순발력도 있다. 곰보다는 여우가 낫다고 이런 후배가 있으면 팀워크가 더 좋고 업무의 퍼포먼스도 좋다. 조직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친구에게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확보해주고, 나의 노하우를 전달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주니어인 후배를 모든 회의와 인터뷰에 참여하게 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주니어가 당연히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바쁜 일정을 감안하면, 자료 준비 등 업무지원이 주 업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서 업무의 이해도를 높이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그 기회를 주었다. 주니어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주니어가 해야 하는 다른 자료 준비, 단순 업무 등 부가적인 업무들을 내가 처리해야 했고, 그러면서 나의 시간을 써야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잘 코웍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없이 퇴사를 한다고 했다. 그때 서운하기도 허탈한 감정이 먼저 드는데, 나의 상사가 이런 말을 했다 "헛바람을 넣었네... 능력은 안되는데 스스로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게 해서, 잘 안되니 다운되는 거지. 잘못 키웠네" 물론, 결과를 가지고 과정을 전부 판단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나의 노력과 배려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 되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다면
오지랖이지 배려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10여 명이 함께 하고 있었는데, 이중에 회사의 정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참여 중인 직원이 있었다. 프로젝트 기간 중 추석 명절 연휴가 있었다. 회사의 정직원에게는 명절 지원금이 주어지지만 프리랜서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내 딴에는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었고, 또 프리랜서이지만 함께하고 있는데 명절 기분이라도 나게 해주고 싶었다프로젝트의 이슈가 많았고, 힘든 상황으로 그럴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총괄 PM에게 얘기를 했다.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자고. 총괄 PM도 좋은 생각이라고, 둘이서 점심을 김밥으로 대체하고, 서둘러 백화점에 들러 명절 선물 세트를 샀다. 그 직원만 주기도 그렇고 해서 다른 프리랜서까지 포함해서 샀다. 그것도 개인 돈을 들여서 말이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선물을 줬다. 명절 잘 보내라고... 적어도 이슈가 많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건 나는 내 나름대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고, 그 직원이 고마워할 줄 알았다. 받으면서 "고맙다"라고 했는데 얼굴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고, 나중에 다른 직원이랑 하는 얘기를 내가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직원은 "누가 이런 걸 원했데? 다들 자기들 마음 편할라고 그러는 거지"라고 말이다. PM으로서 무엇을 더 바라고 전달한 것이 아니고 친하게 지냈던 직원이고, 고생하는데 명절 기분 내라고 선물한 것에 이렇게 냉정하게 피드백이 올 줄은 생각지 몰랐다. 나중에 그 직원이 다른 일로 얘기를 할 때 이런 말을 했다 "배려는 상대방이 원해야 배려인 것"이다라고. 


진정한 배려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이다


그 이후로 '배려'에 대한 나의 원칙이 생겼다. 배려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배려'일 수 있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상대방이 요청했을 때이다. 물론, 이 경우가 다 맞지는 않다. 저마다 성향에 따라서 끝까지 도움을 요청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그런데, 상처는 늘 가까운 사람들한테 받는다는 말이 있듯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깝다고 또는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신경 쓰고 배려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거나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주변의 일들이 신경 쓰인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 관여해서, 진심으로 배려를 하고 싶다면 다음 3가지를 생각해보자. 첫째,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둘째, 동일한 상황일 때 누군가가 나에게 똑같이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배려라는 것이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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