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건, 좋은 뜻이었던 아니면 화가 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뱉어진 것이던 한번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 참을걸, 아.. 이렇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등 돌이켜보면 아쉽고 후회되는 상황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발생되는 상황은 그 상황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난감한 상황으로 연속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도 친한다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잘난척하며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아는 척 No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면
그냥 들어주고, "아 그래요?"
하면서 호응해주자
정보는 누구에게서 전달되고, 누구에게 전달되는지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엮어있는 일에서는 객관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로, A, B, C 세 사람이 관련된 사건이 있다고 하자. 이 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발생된 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 각자 사실(Fact)을 전달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과를 취합해보면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유리하게 설명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각자의 입장과 각자가 갖고 있는 경험 그리고 각자가 누군가로부터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얘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대세에 영향이 없는 일이라면 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그건 OOO 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고요" 또는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요. 이건 이렇게 된 겁니다."라고 늘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알고 있는 최선에서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 것이고, "당신이 잘못 알고 있었네요"라고 하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몇 년 전 한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할 때였다. 프로젝트 TF에서 함께 일을 진행하던 A사원이 갑자기 CEO 비서실로 발령이 났다. 어느 날 문득 이 사람은 직원들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조금 더 정확하게 알 텐데, 직원들이 잘못된 정보를 얘기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그런 상황이 많고, 답답하긴 한데, 아 그래요? 하고 말아요"라고 했다. 이유는 왜 잘못된 정보인지를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오픈되어야 하고, 시간이 흐르면 정리될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굳이 다 정확하게 정정하면서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거나 기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정확한 것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선호한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회의를 할 때, 식사를 할 때 누군가가 조금은 잘못된 얘기를 하더라도 "아 그래요" 하고 넘어가는 센스가 이제야 생겼다. 다만... 상대방이 알고 있는 정보가 위험해 보일 때에는 찾아가서 따로 또는 '메일'로 정확한 내용을 설명해주는 센스면 더 좋을 것 같다.
잘난 척 No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인데
의견 좀 부탁드립니다!!
나의 업무 처리 방식을 보고, 누군가가 "어떤 문제라도 해결하는 장점이 있네요"라고 했을 때, 내가 정말 그런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질문이 많았고, 도움 요청을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내가 처음 접하는 일이 있을 때 회사에서 가장 편한 사람보다는 가장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한다. 그 전문가가 임원일 수도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 요청 시에는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이런 걸 진행하려고 합니다. 제가 초안을 잡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하면 전문가의 조언을 요청하면 이를 나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걸 귀찮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직급도 올라가고 리더가 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모든 걸 처리하고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정보력도 많아졌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경험과 기술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된다. 자신의 정보력이 많아지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직장생활은 '사람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전문가의 능력을 뒤로하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는 "잘 모르겠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업무적인 일로도 더 원만한 사람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힘들지 않은 척 NO
나도 사람이다.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을 뿐.
그러기에 힘들다고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보이는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것은 어쩌면 부정하고 싶지만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각자의 입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는데, 솔직하지 못한 부분이 때로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고, 그 오해에 따른 행동이 또 다른 오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
나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늘 혼자 출근을 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결과이든 아니든 약속된 '타이밍'을 준수해야 하고, 그 일정에 맞춰 원하는 결과(아웃풋)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연기하겠습니다"라는 얘기를 하기 싫었고, 고객으로부터 품질에 대한 지적을 받는 건 더욱더 싫었다. 리더로서 나의 일도 있지만, 부가적으로 팀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했고, 팀원들에 대한 가이드며 조언도 해야 했다. 각자의 선에서 완료가 안 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힘들었지만 "고객 리뷰가 잘 끝나면 되죠 뭐... 어쩔 수 없죠 뭐.. 괜찮아요" 그렇게 얘기하고 넘어갔다. 그 나름대로 직원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본인이 완료하지 못한 일이 내게 넘어와도 직원들이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걸 알았다. 내가 야근을 하는 건 당연하고, 주말엔 출근하는 게 당연하다고 팀원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 사람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열정적이어서 거뜬하네, 어떻게 밤새니까 얼굴색이 더 좋네"라고 얘기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못다한 부분을 "자신 때문에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고, 스스로 일을 좋아하니까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팀원들 업무를 지원하거나 대신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공감해야 하고, 완료할 때까지 같이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어려우면 어렵다고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