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2)

by 환오

아이야,

불파만 지파참(不怕慢 只怕站). 이라는 말을 들어봤니?

느리더라도 끝까지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는 뜻이야.

속도는 중요하지 않아. 속도보다 중요한건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이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내 안의 숨겨진 ‘용기’라는 전사를 일깨워야 해.

용기(勇氣)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없는 상태인가?

아니야. 용기란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

용기는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과의 공존하는 존재란다.

용기는 항상 두려움의 손을 잡고 등장하거든. (주 1)


"성공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고, 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용기이다."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을 곰곰히 되새겨보렴.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속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라는 뜻이야.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거야.

그게 도전하는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해.

지속할 수 있는 용기를 내 안에 품고 가는 그 길, 자체가 성장인거야.


그래서 엄마는 생각한단다.

도전(挑戰)이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라고.

성취가 아니라 성장이라고.


엄마가 20대에 대학교를 옮기는 편입시험에 도전했었어.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교 3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도전하는 시험이기도 하지.

그런데 문제는 기존에 뽑는 인원이 지원자들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그야말로 바늘구멍 같은 시험이었어. 오로지 영어 하나로 평가하는 시험이라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합격할 확률이 제로였던 거야.

엄마는 그 시험을 준비하면서 새벽 5시 반에 첫 차를 타고 강남에 있는 편입학원까지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단다. 1년이면 끝날 거 같은 시험이 2년이나 걸리게 되었어.

마지막 시험에 도전할 때, 엄마는 이제 떨어져도 여한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사활을 걸었어.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시험을 치르고 나니 합격증이라는 달콤한 선물이 주어지더구나.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하게 된 거야.

거짓말 같아서 믿기지가 않았어.

2년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영어공부만 매진했던 그 시간들이 결국 엄마에게 합격이라는 결과로 보상이 주어졌어.

지나고 나니 엄마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노력을 쏟아부었더라.

그러니 실패할까 미래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용기를 가지고 일단 계속해서 도전해 보는 거야.


도전은 삶의 가장 강력한 연료란다.

삶을 굴러가게 하는 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도전'인 거야.

쉽게 포기하고 싶을 때, 시험대에 섰을 때, 엄마는 목표만 생각했단다.

도전 없이 무기력 속에 머무는 것은, 마치 엔진 없는 배가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

몸은 무겁고, 마음은 주저앉게 되지.

도전이 없으면, 변화도, 진보도, 성장도 없는 거란다.

엄마를 두렵게 만들었던 미래보다 엄마의 의지가 더 강력했단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귀에 들어와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수 있는 담대함도 키워냈단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원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내 손에서 놓지만 않는다면, 결국 가질 수 있는 거구나 시험에 합격하고 깨달았어.

그러니 포기하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마렴.

너의 목표에만 집중하렴.



<주 1> 엄마의 유산/김주원/건율원/2024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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