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대문 DDP에서 TeamLab : LIFE라는 주제의 전시가 있었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전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룹의 작품전이다. TeamLab은 화가,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 400여 명이 모여 과학과 예술 그리고 디지털의 세계를 넘나들며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룹이다. 그들의 작품은 캔버스 등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터넷 공간에 살아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만든다. 관람객이 피어나는 꽃에 손을 대면 꽃잎이 떨어지고, 날갯짓하는 나비를 건드리면 날개를 접고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놀랍게도 벽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물에 손을 대면 물줄기가 사람을 피해 떨어지는 작품도 있다. 상호작용을 통해 관람객마저도 작품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동화의 세계에 온 것처럼 즐겁고 경이로워서 이곳이 예술작품 전시장인지 놀이동산인지 분간이 안 갔다.
TEAMLAB : LIFE 중에서
몇 년 전 컨버전스 아트(융합예술) 전시 ‘모네, 빛을 그리다’를 처음 봤을 때도 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에 감탄했었다. 원화(原畫)를 디지털로 변환해 고해상도 이미지로 만든 다음 ‘3D 맵핑’ 기술을 이용하여 마치 그림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명화(名畫)를 애니메이션처럼 변환했다고나 할까? 컨버전스 아트의 ‘움직이는 그림’을 처음 봤을 때도 놀랐는데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된 디지털 인터랙티브에는 그것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캔버스나 종이 위에 그려지던 그림이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엄청난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 수천만 개의 복사본을 뿌려 대량 소비를 유도하기도 하고,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끌어내어 수없이 다양한 작품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도 접목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암호화폐는 전문가들 사이에 긍정적 견해와 부정적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서 화제를 모았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러의 CEO 일론 머스크도 있고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보이는 워런 버핏도 있다.
반면 블록체인과 미술의 결합은 양상이 다른 듯하다. 일론 머스크의 전 부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그린 블록체인 그림이 68억 원에 팔릴 정도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라임스의 그림이 엄청난 고액에 팔리게 된 배경에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가 있다. 디지털 기술은 ‘카피 앤드 페이스트(Copy and Paste)’ 즉, 수백만, 수천만 개의 복사본을 인터넷 공간에 뿌릴 수 있게 하는 데 반해 NFT는 블록체인 위에 단 한 개만 존재하도록 만든다. 블록체인 기술을 쓰고 있어 위·변조 위험이 없고, 정해진 수량 외에 추가 발행도 안 된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현재까지 NFT 사상 최고가로 팔린 블록체인 그림은 마이크 윈켈만의 「Every Days」로 6,934만 달러, 우리 돈으로 780여 억 원이다.
그라임스의 블록체인 그림
컨버전스 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전시를 보면서 즐겁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한 충격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대중성을 키워가던 디지털 예술은 블록체인 기술과 만나면서 다시 희소성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이것과 결합한 미술은 또 어떻게 바뀔까? 용어도 낯설고 작품의 형태도 다른 디지털 예술. 이들이 경쟁하면서 함께 발전할지 아니면 도태되는 분야가 나올지 참으로 궁금하다. 혹시 인상파 개척자 장 클로드 모네나 입체파 시조인 파블로 피카소라면 예상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심미안(審美眼)도 디지털을 알아야 갖출 수 있게 될 모양이다. 지금도 디지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은데 이런 추세를 따라갈 수는 있을는지…. 거참! 그렇지 않아도 메말라가는 정서가 아예 고갈될까 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