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본격화된 19세기 중반. 기계용 윤활유로 쓰이는 고래기름의 수요가 급증하고 포경 장비도 발달하면서 포획되는 고래 숫자가 엄청나게 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과 같은 일부 국가들에서 식용 목적의 고래 수요도 늘었다. 당연히 고래 개체수는 급격히 줄게 되었고…. 이런 가운데 석유산업이 발달하면서 고래기름의 수요가 줄자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1986년부터 상업 포경을 금지했다. 이런 조치에도 일본은 과학적 연구라는 명분으로 포경을 계속해왔다. 도대체 일본은 왜 고래잡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연간 20만 톤, 1인당 1.9Kg의 고래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래고기를 좋아하니 일본 정부는 2019년에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고 상업 포경을 재개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상업 포경을 재개해야 할 만큼 일본의 고래고기 수요가 많았을까? 놀랍게도 일본인의 고래고기 소비량은 2015년에 1인당 30g, 육류 소비량의 0.1%에 불과했다. 상업 포경을 재개한 이유가 고래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산업계의 행태와 다양한 시민운동의 이면을 파헤친 씨스피라시(Seaspiracy)라는 해양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씨스피라시는 ‘바다(Sea)’에 얽힌 ‘음모(Conspiracy)’라는 단어가 결합한 합성어다. 영화는 일본이 수요가 격감한 고래를 잡는 이유가 참치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참치를 먹어 치우는 경쟁자다.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고래를 학살한다는 것이 씨스피라시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수산물 남획이 주범이다. 물고기가 남획되는 이유가 뭘까? 70억이 넘는 인구의 식량문제에서 원인을 찾는다. 물론 인간의 식탐도 한몫하고…. 영화는 아프리카 먼바다에서 첨단 장비를 장착한 대형 어선들이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연안에 살던 물고기들이 남획으로 격감하자 먼바다로 이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열악한 장비로 연안어업에 의존하던 아프리카 어민들은 굶주림으로 내몰렸고 그중 일부는 해적이 되기도 했다. 소말리아 어민들이 그런 예이다.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더 많은 물고기를 저렴하게 잡기 위한 노예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해양생태계 교란은 물고기 남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쓰레기 섬. 면적이 대한민국의 16배에 이른다. 섬을 이루고 있는 쓰레기의 90%는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쓰레기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다른 해조류와 부딪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해양 생물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먹이사슬을 따라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먹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일까? 남획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가능(持續可能, Sustainable)’한 어업을 추구하고, 이를 관리하는 협회가 있다. 참치를 잡을 때 고래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단체도 있다. 이외에도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인증기관이나 협회들도 활약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단체와 협회가 나름대로 애를 써도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지속 가능한 어업이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물고기를 안 먹는 것이라는데 그럴 수는 없고…. 아이러니한 것은 쓰레기 섬의 46%는 폐그물인데 환경보호에 나서는 사람들은 해양생태계에 0.003%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 등을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의 상당수가 상업 어업 협회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해양 쓰레기나 수산물 남획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해서 벌어진 결과다. 자본의 위력 앞에 제 기능을 하는 협회나 단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지구 나이 45억 년을 하루라고 한다면 인간이 주인행세를 한 시간은 0.2초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앞서 주인 노릇을 한 어느 생명체보다 더 난폭하게 지구를 파괴했다. 그런 인간을 지구는 언제까지 받아줄는지…. 혹시 지구는 이미 인류를 대신할 새로운 생명체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