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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보내며

by 아마도난

예전에

어느 정치인이 선배 정치인에게

"서산에 지는 해는 장엄하지만 새 생명을 잉태할 수는 없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의 마음가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표현은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해가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거스를 수 없는 일.


꽁무니를 보이며 사라지는

신축년의 저무는 해에게

정지용 시인의 정감 어린 한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지는 해

정 지 용


우리 옵바 가신 곳은

해님 지는 西海 건너

멀리 멀리 가셨다네.

웬일인가 저 하늘이

피ㅅ빛보담 무섭구나!

날리났나. 불이 났나.


신축년의 끝자락에 서서
해님 지는 서해를
건너가는 님.

그 님이 남긴 핏빛은
아름다움일까 아쉬움일까.


남겨둔 것이

아름다움이든 아쉬움이든


신축년은

검은 호랑이,

임인년에게 자리를 내주고

한 걸음씩 멀어지고 있다.

새해에는,

임인년에는

검은 호랑이의 기를 받아

모든 사람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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