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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신화를 알아?

우리 신화 탐구여행을 시작하며

by 아마도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신화에 나오는 신들 사이에 관계를 맺어주려고 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이 애증과 갈등을 갖고 있듯 우리 신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또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은 줄줄이 외면서 우리 신들의 이름은 낯설어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니들이 신화를 알아(가제)』라는 제목으로 우리 신화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무모한 도전이지요?


우주란


우리 조상님들은 태초의 세계가 어떤 모양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을까요? 궁륭(穹窿), 즉 한가운데가 가장 높고 사방이 차차 낮아진 모양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천문학에서는 우주란(宇宙卵)이라고 표현하고, 우리 조상님들은 가마솥 모양이라고 표현했답니다.


가마솥은 솥과 뚜껑으로 나뉘지요? 하늘이 된 뚜껑과 땅이 된 솥은 늘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없이 많은 2세가 태어납니다. 부모가 항상 열락에 빠져 있으니 2세들은 끝도 없이 생겨납니다. 각종 동물도 태어나고, 각종 식물도 태어나고 기타 등등. 이렇게 태어난 2세들은 어찌 되었을까요? 고통의 연속입니다. 부모는 낳기만 했을 뿐 양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태어난 2세들은 꼭 붙어있는 부모의 틈사이에서 기어 다니며 겨우 연명합니다.

2세들을 살게 할 누군가가 나타나야 합니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변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솥과 뚜껑을 나누어줄 창세신이 나타납니다. 그가 마고할미(설문대할망이라고도 하죠)입니다. 솥과 뚜껑을 벌려놓았지만 뚜껑이 무게 때문에 자꾸 내려오려고 합니다.(땅과 다시 붙어 있고 싶었을까요?) 그것을 받쳐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애틀란타처럼 말입니다. 그가 바로 장길손입니다. 도수문장이라고도 하죠.

장길손이 힘은 장사지만 어깨로 하늘을 받치고 있으려니 오래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하늘을 옮깁니다. 그때마다 하늘이 흔들려 우레가 생기고, 땅이 흔들리며 지진이 생깁니다. 장길손은 지금도 구시렁거리며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 그의 노고를 덜어주지 않는 한 우레와 지진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네요.

하늘과 땅이 나뉘며 하늘의 주인이 나타납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천지왕, 문곡성, 옥황상제 혹은 하늘(하늘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 환인(桓因)이라지요?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아드님은 누구일까요? 천지왕의 아들은 대별왕과 소별왕 쌍둥이입니다. 문곡성의 아들은 문도령이지요. 환인의 아들은 환웅이겠지요?


자청비


문도령이 거무선생에게 글공부를 떠나다 자청비를 만납니다. 첫눈에 반한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 문도령과 함께 글공부를 합니다. 3년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3년 동안 같은 방에서 공부했어도 여자인지 모르는 멍청한 사내'라는 글을 남기고 떠납니다. 그렇거니 둘은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갑니다. 그럼 대별왕과 소별왕에게는 어떤 여인이 있었을까요? 우리 신화는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자청비는 서천꽃밭의 관리인인 사라도령의 사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곳에 있는 희귀한 꽃인 숨살이꽃, 살살이꽃, 피살이 꽃, 수레멸망악심꽃 등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하늘나라를 침범한 도적떼를 물리치기도 합니다. 이 신비한 꽃들은 바리데기 이야기에도 나옵니다. 죽어가는 아버지 오구대왕을 살리기 위해 바리데기는 저승에 가서 저승샘물과 함께 살살이꽃, 피살이 꽃, 숨살이꽃을 구해와 오구대왕을 살립니다. 똑같은 꽃으로 사람을 살렸네요. 그러면 자청비와 바리데기는 서로 알았을까요?

바리데기는 아버지를 살린 뒤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무당이 됩니다. 무당의 시조인 무조신(巫祖神)이 바로 바리데기입니다. 저승으로 돌아간 바리데기와 저승차사 인 강림은 서로 알았을까요? 알았다면 친했을까요 아니면 티격태격하는 사이였을까요?


저승차사


우리 신화는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자청비, 바리데기, 강림 차사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전해올 뿐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수많은 우리 신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전해오지 않습니다.

그리스로마신화도 애초에는 우리 신화처럼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따로 전해왔습니다. 그것을 토마스 불핀치가 집대성해서 지금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뒤 많은 신화학자들이 갈고 다듬었겠지요?


우리가 접하는 그리스 서사시와 희·비극은 보통 중역본 혹은 편집본이다. 세계적으로는 19세기 미국의 교사이자 작가인 토마스 불핀치가 정립한 편집본이 가장 잘 알려졌다. 불핀치는 호메로스와 오비디우스 등 고대 시인들이 저술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들을 집대성하여 <신화의 시대>를 출판했는데, 이는 신화를 대중화한 고전 작품으로 운문 등으로 쓰인 판본들을 누구나 접하기 쉽게 이야기(산문)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사람 덕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대중에 널리 알려졌고, 현재에도 여전히 널리 읽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표준이자 정석이 되었다.

나무위키



토마스 불핀치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면 좋지 않을까요? 감히 꿈꾸어봅니다. 우리 신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얼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다듬고 치장하는 일을 해야겠지요. 일단 발을 떼었습니다. 가끔은 후회하기도 합니다. 너무 큰 주제에 달려들었다고.

어쨌든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올 연말까지는 얼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봅니다. 설사 마무리를 짓지 못하더라도 갈 때까지 가 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신화의 바다를 여행하며 여행기를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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