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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누구일까?

by 아마도난

도깨비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혹시 일본 도깨비 오니처럼 머리에 뿔이 난 우락부락한 모습에 돌기가 달린 쇠몽둥이를 든 모습일까요?

일본 도깨비, 오니

도깨비는 인간보다 우월한 초능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렇다고 신은 아닌, 인간과 신의 중간쯤 존재인 잡귀나 잡신쯤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도깨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인간에게 심술궂은 장난을 잘 친다는 점입니다. 잔치가 벌어진 집에 나타나 솥뚜껑을 솥 안에 우그러뜨려 넣어 애를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느닷없이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아 낭패를 보게 한다고도 하죠.


도깨비는 꾀가 없고 미련하다고도 합니다. 혹 때문에 노래를 잘한다 하여 보물방망이를 혹과 바꾼 이야기라든지,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를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도망친 도깨비 이야기 혹은 꾼 돈을 다 갚고도 매일 저녁에 꾼 돈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와 관련된 예화입니다.


'김서방 올 것 같은 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궂은날을 가리키는 다른 표현입니다. 도깨비에게 아무리 사람이름을 가르쳐주어도 미련해서 다 잊고 김서방만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깨비를 ‘김서방’이라고도 부릅니다. 도깨비는 음귀인 까닭에 어두운 때나 밤, 혹은 낮이라 해도 궂은비가 내려 어두컴컴한 때 나타나기 때문에 궂은날을 도깨비 놀기 좋은 날 혹은 김서방 올 것 같은 날이라고 합니다.


도깨비는 노래와 춤을 즐기고 놀이를 좋아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도깨비가 돼지고기나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 등을 즐겨 먹으며, 또한 해녀나 과부 등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조르기도 한다지요? ​


이처럼 착하고, 순진하며 장난기 많은 도깨비가 험악한 모습으로 각인된 이유는 뭘까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그들의 도깨비인 오니의 형상을 우리 도깨비에게 덧씌웠기 때문입니다.


도깨비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거론됩니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자연물이나 사람이 쓰던 물건이 변하여 되는 경우입니다.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가 나타나 심술을 부리기에 칡덩굴로 묶어놓고 다음날 가보았더니 헌 빗자루 하나가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을 겁니다. 나그네가 밤길을 가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부지깽이 하나를 안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어느 연구에서는 도깨비를 고대 목수집단 혹은 숲의 신으로 보기도 합니다. 깊은 산속에 살면서 목재를 공급하고 도구와 건축물을 제작하는 등 풍요와 기술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돗가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석보상절에 처음 나온다고 하죠. 어원은 돗과 아비(돗+아비)가 결합된 말입니다. '돗'은 불을, '아비'는 남자를 뜻합니다. 즉 돗아비는 불을 다루는 남자라는 뜻입니다. 불을 다루는 남자가 누구일까요. 대장장이입니다. 그 돗아비가 돗가비로 변했다가, 다시 도깨비로 변환이 돼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견해입니다.

히타이트 철제무기와 히타이트 전사의 모습


조금은 생뚱맞은 상상을 해볼까요? 세계최초의 철기문화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지금의 튀르키예지역에서 번영을 누리던 히타이트족입니다. 그들이 쇠퇴한 이후 유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 일부는 동쪽으로도 흘러왔겠지요? 우락부락한 외모와 커다란 덩치 그리고 불과 쇠를 잘 다루는 능력 등이 우리나라의 도깨비나 일본의 오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신화에서 대장장이 이미지를 가진 도깨비 얘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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